[욕망에 굶주린 귀신, 아귀] 수륙재와 우란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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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 굶주린 귀신, 아귀] 수륙재와 우란분재
  • 강영철
  • 승인 2023.07.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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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란분재에 자리 잡은 수륙재의 시식施食
[도판 1] <쌍계사 감로탱>(1728) 부분도, 쌍계사 성보박물관 소장

수륙재와 우란분재

해마다 음력 7월 15일이면 사찰에서는 우란분재, 혹은 백중 의식을 설한다. 돌아가신 선망조상의 천도(薦度)를 바라는 천도재(薦度齋)가 중심이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유주·무주고혼을 위한 수륙재가 별도로 진행되기도 한다. 오늘날 수륙재와 우란분재는 대부분 영가천도 중심의 재(齋)로 설행되고 있다. 재에 동참하는 신도들 입장에서 보자면, 둘 모두 천도재이기에 무엇이 다른지 궁금해할 만하다.  

옛날과 달리 요즘은 재에 공양물로 올리는 음식에 계절감이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우란분재는 ‘여름 안거가 끝나는 칠월 보름에 백 가지 맛의 곡식과 다섯 가지 과일을 공양하는 것’이 의례의 중심인데, 지금은 수륙재의 시식(施食)을 포함한 천도재가 핵심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시식은 수륙재의 하단(下壇)을 대표하는 의식으로 재를 주관하는 법주(法主)에 의해 설행된다. 아귀를 비롯한 일체의 유주·무주 고혼 등의 대상을 청해서 ‘사다라니(四陀羅尼: 변식진언變食眞言, 시감로수진언施甘露水眞言, 일자수륜관진언一字水輪觀眞言, 유해진언乳海眞言)’ 작법을 통해 감로를 베푸는 의식이다. 

조선시대 감로탱을 보면, 재단 위에 불보살의 성스러운 대중들을 위한 공양물을 올리고 있는데, 의식집을 비롯해 여러 문헌 자료에서는 여기에 더해 영가를 위한 음식도 올린 것을 볼 수 있다. 또 조상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위패를 올려야 해서 비슷한 느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근원으로 보면 둘은 차이가 분명히 있다. 소의경전에서도 수륙재는 『불설구면연아귀다라니신주경』, 『불설구발염구아귀다라니경』, 『유가집요구아난다라니염구궤의경』, 『천지명양수륙잡문』 등이 있고, 의식집으로는 중례문(中禮文)인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 결수문(結手文)인 『수륙무차평등재의촬요』,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 등 시대와 지역, 산문에 따라 매우 다양한 판본들이 간행돼 왔다. 우란분재의 소의경전으로는 의례의 독송 경전으로도 쓰인 『불설우란분경』이나 『불설대목련경』 등을 비롯해 민간전승의 여러 이야기 소재를 담은 문헌들이 알려졌다.

그런데 실제 재의식에서 선망부모(先亡父母)를 위해 우란분재를 설행하거나, 선망부모를 포함하는 일체의 존재를 위한 수륙재를 설행하더라도 공덕의 성격 면에서 점차 차이를 밝히기 어려워졌다.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어려워하는 문제가 됐다. 중국 명나라의 4대 고승으로 수륙재 의식집을 쓴, 운서주굉(雲棲袾宏, 1535~1615)은 『정와집(正訛集)』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우란분. 세상 사람들이 칠월 보름에 귀신에게 시식(施食)하는 것을 ‘우란분대재(盂蘭盆大齋)’라고 하나 이는 와전된 말이다. 우란분재는 목련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른바, 칠월 보름은 대중들이 하안거를 끝내고 자자(自恣)하는 날이다. 하안거에 선을 참구한 많은 이들이 도를 얻게 되어 이날 공양을 올리면 그 복이 백배 늘어나니 귀신을 시식하기 위함이 아니다. 

‘시식(施食)’이란 아난에서 비롯된 것으로 칠월 보름에 한정된 날이 아니다. 그릇도 이것은 (인도)마가다국에서 쓰이는 곡기(斛器)로 또한 우란분(盂蘭盆)이 아니다. 대개 한 번은 위로 성스러운 대중들께 공양하고 한 번은 아래로 아귀들을 구제하여 비전(悲田)・경전(敬田)・이전(異田)의 복전을 짓는 것이니 어찌 헛갈리겠는가!”  

백중(白衆)이란 대중에 아뢴다는 뜻이니 하안거(음력 4월 15일~7월 15일까지 일체 출입을 금하고 수행하는 기간) 해제일(解制日)이 되면 스스로 의심하던 것을 들어서 부처님께 여쭙기도 하고, 스스로 허물이 있으면 대중 앞에 공개해 죄를 참회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날을 백중자자일(白衆自恣日)이라고 한다.

그의 글에서 눈에 띄는 점은 ①목련이 어머니를 구한 것을 하안거 회향의 공덕과 접목해 강조하고, ②‘시식’은 여전히 수륙재의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③각 재에서 사용되는 그릇의 성격을 분류하고, ④우란분재의 하안거 공양으로 자신의 복이 백배 늘어나는 데 비해, 수륙재의 공양으로는 ‘가난한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복전’·‘삼보와 부모께 공양하는 복전’·‘신이한 공덕의 복전’이라는 세 가지 복전을 얻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 재에 대해 아마도 이렇게 깔끔하고 명료한 결론을 내린 고승도 드물 것이다. 우란분재의 공양과 수륙재의 시식을 다른 의례로 본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올리는 공양물의 성격과 그릇도 다른 것으로 인식했다. 수륙재에서는 마가다국에서 쓰이는 곡기가, 우란분재에서는 우란분(盂蘭盆)이라는 그릇으로 사용됨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민간에서는 여전히 목련이 어머니를 삼악도에서 극적으로 구제한 ‘효’의 다양한 스토리에 열광했고, 수륙재의 시식 의례를 중심으로 우란분재가 받아들여졌다. 본디 다른 의례였던 수륙재와 우란분재가 습합되는 과정을 따라가 보자.

 

재(齋)와 제사(祭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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