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랗게 벌린 입 사이로 날카롭게 난 3중 이빨, 너부데데한 얼굴과 한가운데로 몰린 조그만 두 눈, 거무튀튀하고 물컹한 몸. 그래서인지 아귀는 ‘못생긴 물고기 짤(사진)’로 돌아다닐 만큼 못생김의 대명사가 됐다. 이름도 불교 경전에 나오는 굶주림과 목마름의 형벌을 받는 귀신, 아귀(餓鬼)다. 흉측한 모습과 큰 입으로 먹성 좋게 ‘아구아구’ 먹는 모양새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란다. 생긴 것으로만 그렇게 이름 붙여졌다니. 아귀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다.
조선 후기 문인 이학규는 시문집 『낙하생전집(洛下生全集)』(1813) ‘남식행(南食行)’에서 아귀를 “속명 아귀어(餓鬼魚), 또 다른 이름은 수치(水雉)”라고 소개했다.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는 아귀를 “조사어(釣絲魚) 속명 아구어(餓口魚)”라고 기록했다. ‘조사(釣絲)’는 촉수를 말하는데, 아귀는 입 위에 달린 가느다란 촉수를 흔들어서 물고기를 유인한다. 영문명도 ‘낚시꾼 고기’를 뜻하는 anglerfish다. 아귀의 촉수를 먹이로 착각한 물고기가 달려들면, 아귀가 입을 벌려 단숨에 집어삼켜 버린다. 그 탐욕스러운 모습에서 아귀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도 모르겠다.
아귀는 ‘물텀벙’으로도 불렸다. 옛날에는 아귀의 흉측한 몰골 탓에 그물에 걸려 올라오면 어부들이 바다로 던져버렸는데 ‘텀벙’ 소리가 났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아귀도 오늘날에는 버릴 게 없는 생선이자 별미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아미노산과 단백질이 풍부하며 특히 간은 불포화 지방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부드럽고 다양한 맛을 내는 살 덕에, 얼큰한 탕으로 끓이거나 매콤한 양념을 버무려 찜으로도 먹는다.
홀대받는 못생긴 물고기에서 귀한 고급 음식으로 대접받는 아귀가 되기까지, 이러한 신분 상승은 아귀가 계속해서 공덕을 받은 덕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