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에 굶주린 귀신, 아귀] 감로탱에 나타난 죽음 ➊
상태바
[욕망에 굶주린 귀신, 아귀] 감로탱에 나타난 죽음 ➊
  • 구미래
  • 승인 2023.07.26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육도六道 중생을 구제하는 수륙재
<감로탱〉(18세기), 리움미술관 소장

 

십법계 대화합의 장, ‘수륙재’

감로탱의 방대한 화면에는 파노라마처럼 무수한 존재들이 펼쳐져 있다. 천도재를 올리는 의례 장면을 중심으로, 위쪽에는 자비와 구원의 존재인 불보살이 포진해 있고, 아래에는 업의 굴레 속에 윤회하는 육도(六道, 천도·인도·아수라도·축생도·아귀도·지옥도)의 중생들이 가득하다. 감로탱은 수륙재를 지낼 때 영단에 거는 불화로, 불교의 세계관을 펼친 가운데 의례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말해준다. 조선 후기의 연담 유일(蓮潭有一, 1720~1799) 스님은 「수륙법어재후(水陸法語齋後)」에서, 야외에 감로탱을 걸어놓고 수륙재를 올리는 의미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했다.

“오늘 재(齋) 올리는 이들은 큰 신심을 일으켜 두루 공양을 마련하고 시방 법계의 모든 성인과 범인을 빠짐없이 청하였다. 이에 평등무차대회(平等無遮大會)라 일컫는 것이다. 이에 영가가 사성(四聖)의 가피를 입어 육범(六凡)의 고해를 벗어날 뿐만 아니라, 시방세계의 육도 중생들도 다 같이 이익과 복락을 받게 되니 이 어찌 위대하지 않은가.

…사성 육범의 십법계(十法界) 가운데 인간세계의 한 존재가 오면, 나머지 아홉 세계도 동시에 와서 한마음이 된다. 비유하자면 십법계가 한 폭의 종이에 그려지는 것은, 인도(人道)를 그린 자리를 끌어당기면 아홉 자리를 그린 곳도 동시에 끌려옴과 같기 때문이다. 이에 재 올리는 이 자리에 사성 육범이 모두 와서 공양받을 것이니, …영가는 십법계의 가피를 동시에 입어 괴로움을 여의고 즐거움을 얻게 되며, 오염에서 벗어나 청정하게 되리라.” 

수륙재는 재주(齋主) 또는 여러 재자(齋者)가 영가천도를 위해 발심함으로써 개설된다. 법회를 여는 지극한 마음에 감응한 불·보살·연각(緣覺)·성문(聲聞)의 사성(四聖)이 도량에 참석해 가피를 내리고, 영가뿐만 아니라 모든 고혼(孤魂)과 육도 중생이 함께 그 공덕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성과 육도의 십법계(十法界)는 한마음으로 움직여, 육도의 한 존재를 위한 발원에도 나머지 아홉 세계의 존재가 모인다는 대목은 큰 감동을 준다. 

아울러 이러한 수륙재의 관념적 구도가 ‘감로탱’이라는 불화 속에 그대로 가시화돼 있음을 설명했다. 한 사람의 영가를 위한 자리를 그림으로 그리면, 십법계 성속(聖俗)의 존재들이 자석처럼 저절로 법회에 이끌려와서 각자의 자리에 그려진다는 것이다. 마치 주인공에게 비춘 스포트라이트가 꺼지고 조명을 밝히면, 전체 등장인물로 가득한 무대 장면이 드러나는 것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특징은 ‘천지명양수륙(天地冥暘水陸)’, ‘수륙무차평등(水陸無遮平等)’ 등으로 표현한 수륙재 의식문의 제목에서부터 뚜렷이 드러난다. 천지·명양·수륙·성범(聖凡)의 대극 세계와 존재를 거론한 다음, 모두 ‘무차 평등’함을 말하고 있다. 이는 성인과 범부, 깨달은 자와 미혹한 자, 죽은 자와 산 자, 원수와 친지 등 시방 법계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을 차별 없이 한자리에 모시고 평등하게 법식(法食)을 베풀며 소통하는 장임을 나타낸 것이다. 감로탱을 걸고 그림 중앙의 장면처럼 수륙재가 시작되면, 화면 상단의 불보살이 하단을 가득 채운 육도 중생을 구제하는 모습이 현실에서 극적으로 전개된다. 그림은 의례의 보이지 않는 세계와 목적을 가시화하고, 의례는 그림의 내용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이다.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