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와 구미 선산] 진오 스님의 달리기는 우리 모두의 해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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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와 구미 선산] 진오 스님의 달리기는 우리 모두의 해우소
  • 송희원
  • 승인 2023.09.2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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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붓다사 주지 진오 스님(꿈을이루는사람들 대표)

‘달리는 수행자’, ‘탁발 마라토너’로 유명한 진오 스님의 달리기는 1990년대 후반 ‘IMF 사태’로 전국민적 달리기 열풍이 불 무렵 시작됐다. 고등학생 때 출가해 동국대 불교대학 선학과를 졸업한 스님은 1987년 공군 군법사로 복무하던 중 교통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다. 그때 의사의 운동 권유로 처음 시작하게 된 달리기였다. 

1km씩 뛸 때마다 100원씩 모금하는 탁발 마라톤으로 현재까지 스님이 달린 거리는 2만여km, 약 5억 원을 모금했다. 

달리기의 시작

“한 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가 요리사 모자를 쓰고 손에 쟁반을 들고 뛰는 걸 봤어요. 자기 가게를 홍보했던 건데, 거기에서 아이템을 얻었죠. ‘맞다! 나도 다문화가족이나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메시지를 써 붙이고 달리면 사람들에게 복지 사업도 알리고 내 건강도 챙기겠구나’라고요.”

진오 스님이 본격적으로 ‘1km 100원의 희망’이라는 메시지로 탁발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11년, 사고로 왼쪽 뇌를 잃은 베트남 노동자 또안의 병원비와 변호사 수임료 마련을 위해서였다. 그렇게 시작된 달리기는 파독 광부 50주년을 맞아 독일 교민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독일 700km 달리기’(2013년), 부산-서울 지역대표 서점을 순례하는 ‘책 생태계 살리기 525km 달리기’(2021년), 베트남 농촌 지역 학교 화장실을 신축하는 ‘베트남 108 해우소 탁발 마라톤’(2012년~)으로 이어졌다. 그 밖에도 모인 성금은 국내 외국인노동자 상담센터와 쉼터,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 북한 이탈 무연고 청소년 그룹홈 등 그때그때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됐다. 

예기치 않은 순간에 스님에게 찾아온 사람들. 스님은 그 하나하나의 인연에 진심으로 통감하며 20여 년을 쉬지 않고 달렸다.

“한번은 한적한 통영 바닷가 오솔길을 달릴 때 한 청년을 지나쳤어요. 그 청년이 저를 불러 세우더니, 힘없는 목소리로 ‘저기요, 이것도 돼요?’ 묻더라고요.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는데 500원이었어요. 제가 큰 소리로 ‘고맙습니다!!!’ 했죠. 제 목소리가 작으면 저 친구도 부끄러울 테니까요. 

돈을 많이 모으는 게 모금이 아니에요. 처음에는 돈을 많이 모아서 빨리 해결하고 싶었지만, 그게 마음대로 안 되잖아요. 몸은 힘들고 다른 방법은 없고. 좌절감이라 그럴까. 그런데 그때 만난 청년이 지금까지도 제게 큰 감동으로 남았어요.”

스님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한 그 청년은 어느새 10년 넘게 스님의 뜻에 동참하는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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