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혐오의 현실에서 “미워할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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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혐오의 현실에서 “미워할 자유”
  • 임인구
  • 승인 2021.07.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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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인생상담 | 애증(愛憎)의 증(憎)편
마중예병, 선정에 든 싯다르타에게 마왕과 군사들이 창검을 들고 공격을 퍼부었다. 통도사 팔상탱 중 수하항마상. 통도사 성보박물관 소장.

보리수로 향하는 보살(싯다르타)을 본 욕계의 마왕 파순은 네 종류의 정예 군사(야차)들을 꾸려 갑옷을 입히고 칼을 들렸다. 용맹스러운 장수가 갖가지 무서운 군사들을 거느린 것 같아서 보는 사람의 털이 곤두설 지경이며 세상에서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던 것이었다. 이렇게 한량없는 천신과 귀신 병정들은 모두 화살, 창, 철퇴, 도끼, 탈 등 가장 우수한 금강의 병기들을 쥐었다. 

출두 명령을 기다리던 군사 중 얼마의 무리는 보리수가 멀지 않은 곳에 숨어 엎드려 있었다. 군사들은 멀리서 보살이 보리수 아래로 오는 모습을 지켜봤다. 마치 금산처럼 빛나는 것이 가히 비유할 수가 없었다. 군사들은 모두 보리수 곁에서 별이 흩어지듯 달아났다. 

상황을 보고한 군사에게 마왕 파순은 이렇게 대답했다. 

“내 이제 오직 갖가지 방편으로 마음을 써서 그를 거절하여 이 자리에 앉지 못하게 하리라.”

파순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본 보살은 풀 자리 위에 앉아 마음속으로 이런 원을 세웠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이 앉으신 금강 자리에 앉았으니 마땅히 마왕 파순이 항복하게 하리라. 이제 여기 앉아 애욕·진에·우치 등 모든 번뇌를 끊으리라. 내 이제 여기 앉아 미묘한 감로, 청량한 법을 깨달아 얻으리라.”

보살은 거듭 생각했고 맹세했다. 

“세간 경계는 모두 무상하고 더럽고 깨끗하지 못한 것이라 잠깐 잠깐에 나고 꺼지고 잠시도 머묾이 없다. 생각하면 일체가 다 파괴되는 법이요, 나서는 곧 멸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문득 욕심을 끊고 출가할 마음을 내었으며 투쟁하는 마음을 쉬고 자민(慈愍, 사랑하여 불쌍히 여김)하는 마음을 일으켰으며 살해하는 마음을 끊고 비애 하는 마음을 냈다. 이런 일은 내뱉어 버린 지 오래다. 성도하지 못하면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

파순은 마음속으로 크게 두려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찰제리 석가족 아들은 나의 경계를 없애버리고 나를 이 경계에서 나가게 하리라. 만약 그가 나를 이겨 나보다 앞서면 반드시 모든 사람에게 열반을 얻게 하고, 그들을 위해 열반의 방편을 말할 것이다. 그러면 경계는 허공이 되고 말 것이다. 그가 아직은 청정한 눈을 이루지 못하고 나의 경계에 있으니 지금 힘써 방편을 지어 그의 수행이 퇴보하고 상실돼 달아나게 하리라.”

__  『불본행집경』 「향보리수품」 「마포보살품」 각색

 

관계 혐오와 혐오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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