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인생상담]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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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인생상담]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임인구
  • 승인 2021.03.0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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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은 대답했다.

“한 찰제리가 있으니 본래부터 대중들이 추앙해 받들어 모셨고 세세(世世)로 전륜성왕의 씨족이요(…중략…)감자씨의 후손으로서 자손들이 대대로 저 가비라성에 머무릅니다. 석가종(釋迦種) 출생으로 그 왕의 이름은 사자협이요, 왕의 아들은 수두단왕(輸頭檀王, 淨飯)으로서 일체 세간의 하늘과 사람 가운데 크게 이름이 났습니다. 존자여, 그 왕의 아들이 됨이 좋을까 생각합니다.”

호명보살은 대답했다.

“좋다, 좋아. 금단 천자여, 그대는 모든 왕가를 잘 관찰하였다. 나도 그 집에 나려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 깊은 마음으로 그대가 말한 대로 하리라. 금단이여, 알아 두라. 나는 결정코 그 집에 가 아들이 되리라.”

(…중략…)

호명보살은 또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삼계에 생을 받으려 함은 세간의 일체 돈과 재물과 5욕의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다. 인간계에 내려가 이 한 생을 받음은 오직 모든 중생을 안락하게 하고자 함이며, 모든 고뇌 중생을 어여삐 여기는 까닭이니라.”

(…중략…)

호명보살이 생각을 올바로 하여 도솔천에서 하강하여 정반왕의 첫째 대비인 마야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가 머물렀는데, 그때 대비가 잠자는 동안 꿈에 여섯 이빨을 가진 코끼리 한 마리를 보았다. 머리는 붉은 빛이며 일곱 지절[支]로 땅을 버티며 금으로 이빨을 단장하고 허공을 날아 내려와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왔다. (『불본행집경』 「상탁도솔품」, 「부강왕궁품」)

 

마스크 속 갇힌 목소리에 담긴 우울

오늘날 세상을 뒤덮고 있는 원초적인 바이러스만큼이나, 우리의 가슴에 가득 들어선 원초적인 말들이 있다. 그 말들은 끓어오르는 기침만큼이나 힘겹게 토해진다.

“살기가 너무 힘들어요. 재미도 없어요.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히 일해도 부모 찬스 없이 성공하는 일은 불가능하고, 애초에 취업도 어렵고, 그러한 저한테 또 세상에서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많고, 평생 걸려도 제가 집 하나 살 수 없는, 제 편이 아닌 이 사회를 위해 저는 또 살아야 한다며 건강하고 맑은 정신을 일방적으로 강요당하는 것만 같고, 뭔가 좀 억울하고 부당해요. 그런데 또 이런 말을 하면 철없고 생각 짧은 사람으로 찍힐까 봐 눈치만 보여요. 다 같이 힘들지만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해 손잡고 버텨 나가는 건데, 너만 뭐 대단한 존재인 양 유난을 떠느냐고 욕먹을 것 같아 말도 조심스러워요. 정말로 이럴 거면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어요. 만약 제가 태어날 때 선택할 수 있었다면, 지금 이런 시대에는 안 태어났을 것 같아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기는커녕, 저는 지금 사람도 아닌 것 같아요.”

이것은 이 시대에 우리의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동시에, 가슴 밖으로 쉬이 나가지 못하도록 봉쇄되고 있는 목소리다. 마스크가 채워진 목소리다. 즉, 억압된 목소리다. 그래서 자조 섞인 한숨처럼만 힘겹게 토해지는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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