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세계 밖 진짜 세계의 문 두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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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세계 밖 진짜 세계의 문 두드리다
  • 임인구
  • 승인 2021.03.2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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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인생상담]

어느 날 싯다르타 태자는 동문에서 늙은 사람을, 남문에서 병든 사람을, 서문에서 죽은 사람의 관을, 북문에서 수행자를 만났다. 이후 태자 자신이 가야할 길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동문에서) 태자는 노인이 쇠약한 모습으로 괴롭게 가는 것을 보고 말몰이꾼에게 어떤 사람인지 물었고, 말몰이꾼은 이렇게 답했다. 

“늙었다 함은 사람에게 쇠하고 혼미함이 닥쳐와 자기도 모르는 결에 모든 기관이 점점 쇠퇴하여 기력이 줄어들고 몸이 수척하여 이미 괴로운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아무 데도 의지할 곳이 없으며, 이 사람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아침 아니면 저녁에는 그 목숨을 마치게 됩니다. 귀천은 다르나 태어난 일이 있으면 다 이런 늙는 법을 면치 못합니다. 사람의 몸에는 처음부터 이런 늙고 쇠퇴하는 상을 갖추고 있으나 다만 아직 나타나지 않았을 뿐입니다.”

(남문에서) 태자는 고통스러워하는 병자를 만났다. 붙들어 앉혀 달라고 겨우 말하는 병자를 보고 태자는 말몰이꾼에게 “어떤 사람인데 배가 저렇게 큰 솥같이 부풀었는가”라고 물었다. 말몰이꾼은 “죽을 때가 되어도 돌아가 의지할 곳이 없으며, 부모도 모두 죽고 없어 호소할 곳도 없다”며 “이미 돌아가 의지할 곳도 호소할 곳도 없기에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이 다할 것”이라고 병자를 설명했다. 그리고 “한 사람뿐만 아니라 일체 하늘과 인간과 중생도 다 이런 법을 면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서문에서는) 죽은 사람의 관과 그 옆에서 흐느끼는 친지들을 목격했다. 갖가지 흐느끼는 소리를 내거나 눈물을 비오듯 쏟거나, 크게 부르짖고 통곡하는데, 애처로운 흐느낌은 듣기 어려웠다. 태자는 이것을 보고 비참하고 측은한 생각이 들어 말몰이꾼에게 “이는 누구이길래 여러 사람이 두루 에워싸고 원통하다고 부르짖으며 통곡하는가”라며 “이 죽는 법을 내가 초월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

“태자의 높으신 몸도 역시 죽는 법에서는 면하거나 벗어나지 못합니다. 세간의 일체 천상이나 인간은 모든 친족이나 권속이나 아는 이들과 각각 이별하는 일이 있어서 그는 이를 보지 못하고 이도 그를 보지 못합니다.”

북문에 이른 태자는 출가수행자와 마주했다. 그는 머리와 수염을 깎고 승가리(僧伽梨, 스님의 법의)를 입고 오른쪽 어깨를 내려 드러내고 손으로 석장을 짚고 왼손바닥에 발우를 받쳐 들고 길에서 걸어가고 있었다. 수레를 끌어 그의 곁으로 간 태자는 그에게 물었다.

“어진 이여, 무엇 때문에 출가한 사람이라 합니까?”

“제가 일체 세간의 모든 것을 보니 다 무상합니다. 이런 것을 관하고 나서 세속의 모든 일을 버리고 친족을 멀리 여의고 해탈을 구하기 위해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어떤 방편을 행하여 모든 목숨을 살릴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일은 족함을 알고 법다운 행을 잘 행하며 (…중략…) 일체의 모든 생명을 살해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태자여, 이런 까닭에 저는 출가라 이름합니다.”

태자는 법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수레에서 내려 출가인 앞에 걸어가서 머리와 얼굴을 숙여 그에게 정례하고 세 번 돌고서 도로 수레 위에 앉았다. 그리고 말몰이꾼에게 명하여 도로 궁중으로 돌아왔다.

‘나는 이제 저 열반을 취할 것이요, 나는 이제 저 열반을 증득할 것이요, 나는 이제 저 열반을 행할 것이요, 나는 이제 저 열반에 머물 것이다.’

- 『불본행집경』 「출봉노인품」, 「도견병인품」, 「노봉사시품」, 「야수다라몽품」 각색

 

우울한 세계

가장 우울한 이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그는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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