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깃든 고려왕조, 강화도] 포토에세이_전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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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깃든 고려왕조, 강화도] 포토에세이_전등사
  • 유동영
  • 승인 2022.08.3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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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중심, 강화의 중심 
정족산 전등사의 여름 

대웅전을 비롯한 국가 보물 6개 외에도 지역 문화재 11개와 문화유적 2곳 등을 품고 있으며, 20여 분만 오르면 겨레의 영산 마니산이 보이고 멀리 동쪽으로는 북한산 삼각산까지 또렷하게 볼 수 있는 곳. 절을 지키기 위해 아담한 산성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고 은행나무와 소나무·느티나무 등 보호수들이 즐비한 곳. 무엇보다 그 안에서 오랜 역사를 이으며 새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스님들이 산림을 이뤄 조화로운 곳, 전등사.

대웅전을 뺀 다른 전각의 불보살님들께는 어간문을 열고 도량석을 알렸다.

 

대웅전의 네 귀퉁이 공포에는 이른바 나부상이라 불리는 서로 다른 모양의 목조 조각상이 놓여 있다. 전등사 대웅전 나부상 이야기는 두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어느 때인가는 텔레비전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전설의 고향>에 이야기가 방영되면서, 전등사는 전국 각지에서 나부를 보기 위해 찾아드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매일매일 대형 버스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이 같은 이야기는 1970년대 이후에 말을 만들기 좋아하는 이들이 지어낸 것이고, 네 곳의 조각상은 법을 수호하고 부정한 것을 쫓는 ‘야차’라고 잘라 말한다. 법주사 팔상전의 층마다 전등사와 비슷한 조각상이 놓여 있다. 

 

야차는 전등사의 수많은 보물 가운데 이제 겨우 하나에 불과하다. 포를 받치고 있는 아름드리 기둥의 용 비늘 같은 패턴, 안으로 부처님과 닫집·수미단·천장의 용과 물고기 등 숱한 볼거리가 있다. 마당엔 수령이 수백 년인 단풍나무와 느티나무 등이 우람하게 서 있다. 절 안의 모든 소나무는 잘 가꿔져 하나하나 자신만의 멋을 뽐낸다. 오랜 역사를 품은 전각과 도량에 걸맞게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현대 전각도 있다. 무설전 부처님은 석굴암 부처님을 본떴으나 오히려 위엄 있고, 전통적 도상에 서양의 프레스코 기법을 쓴 후불탱은 편안하고 질감이 있다. 이 모든 것 중심에는 1,600여 년을 꿋꿋하게 이어 온 스님들이 있다. 

 

햇살을 받은 소나기가 춤추듯 너울거리며 쏟아졌다. 마치 지하에 갇혔던 사람들이 하늘로 오르는 모습처럼 보였다.

 

전날의 비는 인구 천만의 서울을 거대한 수조로 만들어 버렸다. 차를 위한 도로는 물이 흐르기 쉬운 수로이기도 했다. 삼거리 이상의 교차로에는 길의 크기에 따라 물의 양도 많아졌다. 팔순을 넘긴 토박이도 이런 비는 처음이라고 했다. 길이 담지 못한 물은 집으로 넘치며 세간살이로 파고들었다. 지하 셋방에 살던 이들은 차오르는 빗물을 보며 절규했다. 운 좋은 몇몇은 동네 사람들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으나, 큰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어떤 이들은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전등사를 호위하는 삼랑성의 남문과 동문 사이 그리고 정족산 정상 부근과 도량 몇몇 곳에서 멀리 북한산 삼각산과 영종도를 볼 수 있다. 큰비가 내린 뒤의 햇빛은 유난히 강하고 대기는 선명하다. 구름은 맑고 크다. 큰비를 뿌리고 물러나는 구름과 새 아침의 어린 해가 만날 때는 더 그렇다. 삼각산 위로 막 어린 햇살이 비출 무렵 남쪽으로 향하던 어제의 비구름이 작별 인사를 하듯, 서울 어느 곳에 소나기를 뿌렸다. 햇살을 받은 소나기는 춤추듯 너울거리며 쏟아졌다. 그 모습이 마치 지하에 갇혔던 사람들이 하늘로 오르는 듯이 보였다.

 

밤새 내린 비는 전등사의 가파른 길에 골을 남겼다. 길은 밭고랑처럼 깊게 파였다. 일과를 시작하기 전, 마사토를 실은 트럭이 바쁘게 움직이고 그 뒤를 몇몇 사람과 중장비가 따르더니 깊게 파인 고랑길은 금방 멀쩡해졌다. 사찰은 한결같은 도량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질 좋은 마사토를 미리 준비해 둔다고 한다. 스님 중 몇은 비만 내리면 파이는 길을 “황토색 포장재로 덮어버리면 고생 없이 말끔할 텐데”라며 건의를 한다. 회주 장윤 스님의 뜻은 확고하다. 늘 딱딱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만 밟으며 사는 사람들이 이 산중에 와서까지 그러면 되겠냐고.

 

전등사 도량은 친절하다. 지금껏 다녀본 절집 가운데 의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 공간 있는 곳마다 의자가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하다 하다 공중전화 부스 안에까지 의자를 뒀다. 절집을 자주 찾아본 사람이라면 절집이 의자와 휴식 공간에 얼마나 인색한 집안인지를 알 것이다. 절집은 쉬는 곳이 아니고 수행과 기도를 하기 위한 곳이라고 항변하면 달리 덧붙일 말은 없다. 하지만 출가 수행자와 불제자뿐만 아니라 절을 찾는 일반 관람객까지 줄어 근심이 큰 요즈음 아닌가? 비록 휴가철이긴 하지만 전등사 진입로는 관람객으로 가득해서 사중의 어떤 자동차도 통행할 수 없다. 도량 구석구석이 빛나는 데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사진. 유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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