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깃든 고려왕조, 강화도] 강화도 근대유적 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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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깃든 고려왕조, 강화도] 강화도 근대유적 답사
  • 이경수
  • 승인 2022.08.30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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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살아 있는 섬,
강화도 기행
-초지진부터 연무당까지
초지돈대 성벽 아래를 지키고 있는 소나무. 저 소나무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두 그루 우람한 소나무 덕분에 초지진이 빛난다. 오래전에 법정 스님이, 동물은 늙어가면서 추해지지만 식물은 늙어갈수록 늠름해진다고 말씀하셨다. 정말 늠름하다.

서울 땅덩이의 절반 크기, 강화도.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섬이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 강화라고 뭐 특별한 게 있겠나. 그렇지. 사는 게 다 그렇지. 하지만, 역사 쪽으로 눈을 돌리면 강화도는 단박에 특별해진다. 도대체가 없는 게 없다. 저 아득한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사건이 일어나고 또 일어난, 역사의 현장이다. 이와 관련된 문화유산들이 섬 곳곳에 퍼져 있다. 몇 날 며칠은 돌아보아야 얼추 알고 느끼게 된다. 

자, 이제 돌아보러 나서자. 근대 시기로 한정해서 나서는 역사 탐방길이다. 

 

초지진, 덕진진, 광성보

지금부터 150여 년 전, 미군이 강화도를 침공했다. 신미양요(1871)다. 그들이 상륙한 곳이 바로 초지진(草芝鎭)이다. 초지진을 점령한 미군은 육로로 이동해서 덕진진(德津鎭)마저 차지한다. 그리고 이른 곳이 마지막 전투지 광성보(廣城堡)다.  

조선 후기에 강화도 해안을 빙 둘러 해안 경계 부대를 설치했다. 초지진, 덕진진, 광성보를 비롯해 12개의 진(鎭,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점에 둔 군영)과 보(堡, 흙과 돌로 쌓은 작은 성)가 있었다. 각각의 진과 보는 돈대(墩臺)라는 이름의 해안 초소를 서너 개씩 운영했다. 돈대란 적의 움직임을 살피거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영토 내 접경지역이나 해안지역에 설치하는 초소다. 강화도 동서남북 해안에는 모두 54개의 돈대가 설치됐다. 

초지진이 해안 경계 부대라고? 무슨 부대가 이렇게 생겼지? 당연한 의문이다. 사실 말이지만, 우리가 지금 만나는 초지진은 이름을 잘못 붙였다. 초지진이 아니라 초지진에 속한 돈대들 가운데 하나인 초지돈대다. 초지진이라는 군부대 시설은 지금 없다. 

초지돈대 안에서 바다를 내려다본다. 저 앞바다에 외적이 또 나타난 적이 있었다. 신미양요 겪고 4년 뒤, 일본 군함 운요호(雲揚號, 운양호)다. 초지진 상륙을 기도하며 함부로 함포를 쏘아댔다. 초지진을 지키는 조선군은 일본군의 포격에 쓰러져가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치열하게 포를 맞서 쏘며 싸웠다. 1박 2일 덤벼들던 일본군은 상륙을 포기하고 후퇴했다. 1875년 운요호 사건이다. 

일본군은 처음부터 작정하고 강화도를 침공하려고 온 것이었다. 그런데 운요호가 ‘일본에서 중국으로 가는 길이었다’, ‘식수를 구하려고 강화도에 접근했는데 초지진에서 식수 대신 포격질을 해댔다’, 이런 거짓말을 사방에 했다. 인천쯤에서 식수를 구하면 될 것을 굳이 강화도까지? 인천에는 식수가 없나? 

덕진진으로 간다. 코스가 문루(공조루), 남장포대, 덕진돈대로 이어진다. 덕진돈대 바로 뒤편에 귀한 비석이 숨어 있다. 마음먹고 찾아가야 볼 수 있다. 흥선대원군이 세우게 한 이 비를 보통 ‘경고비(警告碑)’라고 부른다. 뭘 경고한다는 말인가? 비문을 보자. “海門防守他國船愼勿過(해문방수타국선신물과)”라고 새겼다. “바다 문을 막아 지키니, 다른 나라 배는 삼가 지나가지 말라”는 뜻이다. 

번잡한 곳 피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면 덕진진을 산책하시라. 바람에 머리카락 흐트러지면 어떠랴. 덕진돈대 앞 소나무밭에서 스마트폰 들어 셀카도 찍어보고, 돈대 안으로 들어가서 층계에 걸터앉아 미군이 쏘아대는 포 소리를 마음으로 들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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