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신화] 재벌 2세의 특별한 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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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신화] 재벌 2세의 특별한 출가
  • 동명 스님
  • 승인 2021.04.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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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정암사의 법당 벽에 그려진 야사의 출가 장면. 야사가 붓다 뒤에 앉아 있고, 야사의 아버지가 붓다의 법문을 듣고 있다.

재벌 총수의 젊은 외아들이 출가한다면? 

출가 이야기가 붓다의 경우와 놀랍도록 닮은 사람이 있다. 바로 바라나시 최고 부호의 아들 야사(Yasa) 비구다.

야사는 당시 바라나시 최고 재벌의 외아들이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경우라면 삼성 정도 되는 재벌 총수의 외아들인 셈이다. 야사의 아버지는 아들이 안락하게 지낼 수 있도록 온갖 편의를 제공했다. 저택을 세 곳에 지어주었는데, 한 곳은 겨울을 위한 것이었고, 한 곳은 여름을 위한 것이었으며, 한 곳은 우기를 위한 것이었다. 바라나시의 겨울은 12~2월, 여름은 3~5월과 9~11월, 우기는 6~8월이다. 야사는 세 곳에 거처를 두고 번갈아서 생활했다.

야사의 아버지는 아들을 더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야사를 아름다운 처녀와 일찌감치 혼인시키고, 집안의 모든 일꾼을 여성으로 고용했다. 야사가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것을 남성들은 질투하거나 곱지 않은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수많은 여성 악사들을 고용해 음악을 연주케 하고, 무희들에게 춤을 추게 했다.

출가 전 싯다르타의 아버지 정반왕은 아들의 출가를 막기 위해 온갖 쾌락을 제공했는데, 야사의 아버지는 안락을 누리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렇게 호화로운 생활을 하던 야사가 어느 날 전격적으로 출가했으니 얼마나 큰 사건이었겠는가. 그만큼 야사의 출가는 승가의 비약적인 발전의 시작이었고, 붓다의 가르침이 누구에게든 전파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야사의 출가 이야기를 『마하박가(Mahāvagga)』, 『사분율(四分律)』, 『오분율(五分律)』,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 등 율장에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재구성해본다.

 

“‘여기’에는 괴로움도 고통도 없다”

붓다가 처음으로 가르침을 베풀기 시작해 다섯 비구를 아라한으로 만든 시점이었다. 밤새도록 향락에 취해 있었던 야사는 잠에 빠져들었다가 새벽녘에 잠이 깼다. 몽롱한 채로 시녀들이 잠자는 것을 봤다. 어떤 시녀는 비파를 겨드랑이에 끼고, 어떤 시녀는 작은 북을 목에 달고, 어떤 시녀는 장구를 겨드랑이에 끼고, 어떤 시녀는 머리를 산발하고, 어떤 시녀는 침을 흘리고, 어떤 시녀는 잠꼬대를 심하게 하고 있었다. 시녀들의 추한 모습을 본 야사는 갑자기 이런 생활이 너무도 지겹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도대체 이런 쾌락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이냐?’ 야사는 향락의 늪인 집에서 떠나고 싶어졌다.

이때 신들이 야사의 가출에 개입한다. 신들은 이 가출이 출가로 이어지리라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야사가 애초에 출가를 생각하고 집을 나선 것은 아니었다. 야사가 황금신발을 신고 현관문으로 향하자 신들이 ‘야사가 출가하는 데 어떤 장애도 있어서는 안 돼!’라고 생각하며 소리 없이 문을 열어줬다. 아무도 모르게 밖으로 나간 야사가 도시의 성문을 나갈 때도 도시의 수호신들이 성문을 열어줘 그가 마을을 무사히 벗어나 붓다에게 갈 수 있도록 길을 인도했다. 야사는 결국 붓다가 경행하고 있는 녹야원에 도달했다.

붓다는 야사가 멀리서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경행을 그만두고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야사는 포효하듯 외쳤다. 

“아! 참으로 괴롭구나! 아! 참으로 고통스럽구나!”

붓다는 가까이 온 야사에게 옆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야사여, ‘여기’에는 괴로움도 없고 고통도 없다. 야사여, 와서 앉아라. 내가 그대에게 법(法)을 설하겠다.”

야사는 ‘여기에는 괴로움도 없고 고통도 없다’라는 붓다의 말을 듣고 황금신발을 벗고 붓다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야사가 붓다에게 여쭸다.

“부처님이시여, 어찌하여 여기에는 괴로움도 없고 고통도 없습니까? ‘여기’와 제가 온 곳은 다릅니까?”

“야사여, 그렇다. 내가 ‘여기’가 어떤 곳인지 말해주마.”

“천상의 행복도 영원하지 않느니라”

붓다는 야사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야사여, 무엇이 그리 괴로운가?”

“저는 부유한 아버지의 배려로 온갖 향락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온갖 향락을 누리는 동안에는 행복한 듯했지만, 그것은 한순간뿐이었습니다. 그 순간이 지난 지금은 너무도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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