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등無等等, 광주 무등산] 서방정토 빛고을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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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등無等等, 광주 무등산] 서방정토 빛고을 광주
  • 이광이
  • 승인 2024.01.2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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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해는 무등산에서 떠서 어등산으로 진다
용진산 마애여래좌상. 광산구 용진산 암벽에 새겨져 있다. 
「불당일월 용진수석(佛堂日月 聳珍水石)」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무등(1,187m)을 넘은 일출은 온종일 빛고을 너른 들을 비추이고 황혼이 되어서는 서녘 하늘, 어등(338m) 너머로 사라진다. 두 산의 품에 의향(義鄕)이며, 예향(藝鄕)이며, 미향(味鄕)이라 불리는 5월의 도시, ‘영원한 청춘의 도시’ 광주가 깃들어있다. 

이 땅은 아득한 옛날, 저 무등의 높은 봉우리로부터 어등의 깊은 골짜기에 이르기까지, 바위 하나, 물길 하나, 이 마을과 저 동네, 비산비야의 구릉에도 어느 한구석, 찬란한 불교문화가 꽃피지 않은 곳이 없었던, 일찍이 ‘서방정토’라 불리던 땅이었다. 

무등(無等)의 산세는 떡 벌어진 어깨 같고 머슴의 펑퍼짐한 등짝 같다. 뾰족뾰족하거나 오밀조밀하지 않고 말 그대로 ‘등(等)’이 없다. 무등은 무돌·무진·서석 등 옛 이름에서 유래를 찾기도 하지만 대개 『천수경』의 ‘정획무등등(定獲無等等)’, 『반야심경』의 ‘시무등등주(是無等等呪)’에서 온 것으로 본다. 지극히 높은 것은 비할 데가 없으니, 등급도 구별도 차이도 없는 그저 무등이다. 그래서 무등은 ‘붓다’와 같은 말이다. 

한 물줄기가 무등산 원효계곡에서 흘러 가막골에서 내려온 또 한 줄기와 만나 강을 이루고, 광주를 사선으로 그으며 내려가니, 극락강(極樂江)이다. 강은 20리를 흐르다 황룡강과 합류하고, 극락교 아래에서 영산강으로 이름을 바꿔 나주평야를 적신다. 그 무등산과 극락강 사이에 지금은 서방시장이 남아 옛 흔적을 전하는 ‘서방(西方面)’이 있었다.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는 짧은 발걸음 속에, 여기 사는 사람들이 이 땅을 서방정토로 여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온다. 

북으로 연제동이 있다. 물 귀한 마을에 탁발 나온 스님이 샘터를 꼽아주니, 거기서 물이 펑펑 쏟아져 연꽃제방을 이루었다는 연제동(蓮堤洞). 서편에는 발산마을, 밤마다 별이 총총해 별마루라 불리던 마을, 부처님 공양 바리때처럼 생겼다 해서 발산(鉢山)마을이다. 그리고 염주동, 짚봉산에서 내려다보면 염불할 때 하나둘 헤아리는 염주처럼 마을들이 늘어서 있다 해서 염주동(念珠洞)이다. 

짚봉산 아래는 염주사라는 절이 있었고 목탁등(木鐸燈), 대촉등(大燭燈) 같은 옛 고갯마루 이름이 남아 있다. 극락강을 따라 내려가면 여덟 봉우리가 비상하는 학 여덟 마리 같다는 팔학산(八鶴山), 서창들녘 아래 바위가 부처님 형상이라 해서 불리는 불암(佛巖)마을이 있다.

그리고 절골마을, 죽음을 무릅쓰고 ‘단경왕후 복위소’를 올려 조광조가 “강상(綱常)의 도를 바로 세웠다”고 찬한 조선 중기 학자 눌재 박상(朴祥), 의향 광주를 얘기할 때 맨 앞에 등장하는 그의 탯자리다. 오랫동안 절이 있던 자리여서 옛 이름은 사동(寺洞)마을, 지금은 절골마을이라 불린다. 

남쪽에 금당산이 있다. 무등산과 월출산을 조망할 수 있는 명당이다. 지리산 북사면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금대암처럼, 금대(金臺)가 부처님 자리이듯 금당(金堂)은 본존불을 모시는 집이다. 극락강과 광주천이 만나는 곳에 마륵동, 운천사가 있다. 거기 백호(白毫) 자국이 선명한 돌부처가 앉아 계시니, 운천사 마애여래좌상(고려)이다. 강 너머 서쪽 끝에도 용진산 마애여래좌상(조선)이 소박한 민초의 모습으로 앉아 있다. 

또 오층석탑이 유명하다. 지산동 법원 아랫길(연화사 옆)에 지산동 오층석탑(보물, 동오층석탑)이 있고 광주공원 내에 (전)성거사지 오층석탑(보물, 서오층석탑), 북쪽 국립광주박물관에 장운동 오층석탑, 서편 광산구에 신룡동 오층석탑이 서 있다. 

인도 사람들은 동쪽을 바라보고 앞을 과거, 뒤를 미래로 여긴다고 한다. 동은 지나온 세월, 서는 가야 할 시간이다. 무등산 서편 너른 들에 돌부처가 앉아 있고, 오층석탑들이 서 있고, 금당산과 연꽃마을·바리때마을·염주마을·불암마을·절골마을, 그 사이로 극락강이 흐르는 땅, 아미타불이 주석한 이 땅을 빛고을 사람들은 정녕 불국정토, 서방정토로 여겼음이라. 

 

무돌길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하듯 무등산 자락을 넓게 도는 길이 ‘무돌길’이다. 지리산은 산역이 넓어 한 바퀴가 8백 리지만 무돌길은 51.8km, 130리 길이다. 4개 구간, 15개의 길로 나뉜다. 광주 북구(북서)를 출발해 시계방향으로 담양(북동)~화순(남동)을 지나 광주 동구(남서)로 들어온다. 산마을 사람들이 소달구지를 끌고 다니던 길, 장에 팔 것들을 이고 지고 걸어 재를 넘던 들길, 산길이다.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가 1910년 옛 지도를 토대로 길을 뚫고 이어, 2011년 완성하기까지 20여 년 공력을 쏟아 조성한 길이다. 

 

광주북구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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