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 용이 나르샤] 물의 지배자를 향한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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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 용이 나르샤] 물의 지배자를 향한 신앙
  • 이경덕
  • 승인 2023.12.2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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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과 용신
화순 유마사에 있는 우물 제월천(濟月泉). 백제 무왕 시절 중국 당나라에서 건너온 유마운(維摩雲)과 그의 딸 보안(普安)의 전설이 전해진다. 사진 유동영

상상의 동물, 신앙의 대상

용은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있는 상상의 동물이다. 동아시아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열두 띠 가운데 유일하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동물이지만, 사찰을 비롯한 여러 건축물부터 의복, 심지어는 웹툰과 판타지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 그 얼굴을 디밀고 있다. 약간의 관심만 있다면 여기저기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친숙한 존재다. 

한편으로 용은 오해를 많이 받는 존재다. 그 오해의 상당 부분은 그 생김새와 이름에서 기인한 듯하다. 흔히 용이라 하면 생김새에서 악어나 뱀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서양의 ‘dragon(드래곤)’에서 유래한 것으로 동양의 용은 열 가지 동물을 합쳐 놓은 상상의 동물이기에 서양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사람으로 치면 이름만 같은 동명이인과 같아서 생김새도 다르고 맡아서 하는 일도 다르다. 

우리의 용이 원래 구름을 모이게 하고 비를 내리게 하는 힘을 가진 존재임을 고려하면, 용은 바다를 포함한 물을 지배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래서 ‘용호상박(龍虎相搏)’과 같은 사자성어에서 보듯, 산(땅)의 주인인 호랑이와 더불어 신성한 동물로 묘사됐다. 그 대표적인 것이 고구려의 고분벽화에서 볼 수 있는 사신도다. 사신도에서 용은 동방을 담당하고 동쪽의 색깔인 푸른색을 배당받아 청룡으로 표현되는데, 음양오행에서는 중앙이 포함되고 황룡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신도를 비롯한 여러 문화 관점에서 보듯 우리가 포함된 동아시아 사람에게 용은 각별한 존재였다. 그것은 우리의 생활과 생존에 용이 깊이 관여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용이 절대권력을 지녔거나 하늘과 땅을 뒤엎을 만한 강한 힘을 지닌 존재는 아니었다. 그리스 신화에서 바다의 지배자인 포세이돈은 하늘의 신 제우스에 필적하는 강한 힘을 보유하고 있으나 동양에서 바다를 지배하는 용은 그렇지 않다. 

용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동양 판타지 문학의 최고봉으로 인정을 받는 『서유기』에 나오는 경하 용왕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서유기』 초반에 서쪽으로 경전을 가지러 떠나는 발단이 되는 경하(涇河)라는 강을 다스리는 용왕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용왕은 점쟁이와의 내기에서 이기려고 하늘에서 정해준 강우량을 살짝 조작했다가 위징이라는 당 태종의 신하에게 목이 잘리고 만다(여기서 목이 잘렸다는 것은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목이 잘렸다). 

그러니까 용왕은 물을 지배하는 존재지만 제한적인 힘을 가졌다. 그래서 용이 의인화된 존재인 용왕은 한 지역의 물을 다스리는, 알기 쉽게 말하면 일종의 관료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바다와 같은 넓은 지역을 다스리는 용왕도 있고 강이나 하천, 심지어 작은 우물을 담당한 용왕도 있었다. 그러나 그 지역의 크기와 상관없이 그들이 거주하는 곳은 용이 사는 궁전, 즉 용궁이었고 이들 모두 신앙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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