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 용이 나르샤] 인도의 나가Nāga, 용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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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 용이 나르샤] 인도의 나가Nāga, 용이 되다
  • 강희정
  • 승인 2023.12.2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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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부처님을 외호하다
미륵의 좌상, 북제, 중국역사박물관 소장 
미륵부처님 좌우로 용의 모습이 조각돼 있다. 중국의 용 모습이다. 

2021년에 개봉한 디즈니 만화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동남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것이지만, 사실상 영화에 나오는 드래곤(dragon, 용)의 성격은 서양의 관념을 반영한 것이다. 서양에서의 용은 때로는 난폭하기도 하고, 때로는 정의의 사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왕좌의 게임>이라는 드라마 속 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서양의 용은 대부분 하늘을 날아다니며 입에서는 과격하게 불을 뿜는다. 마치 화산이 터져 나오는 듯한 폭발적인 화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아시아에서의 용은 불을 뿜는 존재가 아니라 물을 관장하는 수신(水神)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중국에서 용은 비를 내려주는 역할도 한다. 가뭄이 들면 비를 기원하며 용신에게 기우제를 지내기도 한다. 동양과 서양의 용은 이름만 같을 뿐, 그 성격은 전혀 다른 셈이다. 서양과 동양만큼이나 다른 불과 물의 용이다. 

동양에서는 언제부터 용이 나올까? 우리가 생각하는 몸이 길고,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입에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은 그 기원이 중국에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신석기시대에 용을 섬겼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신석기 유적에서 발굴된 용은 몸집이 짧고 통통해 돼지처럼 보이다가 점점 날렵하게 길어지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대략 한나라 때가 되면 용은 사신(四神, 청룡·백호·주작·현무) 가운데 하나로 정착한다. 와당(기와의 일종)이나 금속공예품 등 한나라 때 유물에서 용을 찾아보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국의 용은 비늘이 있는 뱀처럼 기다란 몸에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굵고 짧은 발이 달렸다. 중국이나 한국에서 용은 비를 내려주거나, 특정한 마을을 수호해 주는 영험한 힘이 있다든가 하는 영물로 여겨졌다. 미술이나 문학 작품 속에서 용은 지혜롭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이 있으면서 사람처럼 희로애락의 감정을 가진 묘한 존재로 여겨졌다. 

 

나가Nāga와 용龍

용은 아시아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용은  다르다. 흔히 우리가 용이라 부르는 존재는 인도와 동남아에서는 나가(Nāga)에 해당한다. 나가는 용처럼 동물이면서 사람처럼 감정이 있고, 판단할 수 있는 사고력이 있는 특별한 존재다. 인도에서 킹코브라 정도 되는 거대한 뱀을 나가라 불렀고, 산스크리트와 빨리 문자에서 모두 나온다. 나가의 기원이 인도에 있는 만큼 힌두교와 불교, 자이나교 모두에 나가라는 영험한 존재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열대, 혹은 아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크나큰 뱀의 존재를 잘 몰랐던 중국에서 불교 경전을 한역할 때, 나가를 용으로 번역한 것이다. 

인도에는 원래 용의 관념이 없고, 인도와 기후가 다른 중국에는 원래 코브라가 살지 않는다. 하지만 나가가 몸이 길고 물과 관련이 있으며 신비한 힘을 지녔다는 설명이 전해지면서 중국인들은 이를 용이라 생각한 모양이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끼며, 비를 몰고 다니거나 물을 다스리는 신령이라는 점에서 나가와 용은 서로 닮았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자연스럽게 이를 용이라고 받아들였고, 중국의 영향을 받은 한국과 일본, 심지어 베트남에서는 나가와 용을 동일시하게 됐다. 

하지만 인도에서 나가는 실제로 살아 있는 동물 킹코브라다. 직접 그 모습을 본 사람도 많고, 킹코브라가 지닌 가공할 만한 힘을 생생하게 체험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니, 나가라는 말이 주는 위엄에 경외심을 갖기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용은 상상 속의 존재다. 어마어마한 위력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상상된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령에게 느끼는 공포심과 위압감, 그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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