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 용이 나르샤] 관음보살과 용의 아슬아슬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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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 용이 나르샤] 관음보살과 용의 아슬아슬한 만남
  • 주수완
  • 승인 2023.12.2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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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보살이 탄 용
[도판 1] <수월관음도>, 고려 후기,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관음보살과 물

관음보살과 용의 관계를 설명하기에 앞서 우선 용은 물을 상징한다는 것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불교 이야기에 등장하는 용은 거의 인도에서의 나가(Nāga)를 번역한 것이었는데, 나가는 곧 뱀 중에서 가장 무섭다는 코브라의 왕이다. 또한 이 뱀은 물을 상징하는 동물이었다. 아마도 뱀의 구불거리는 모습이 마치 물이 출렁이는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실 용을 탄 관음보살의 모습은 매우 친숙한 것이지만, 정확히 언제,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무시무시한 용과 자비로운 관음보살은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어울리는 기묘한 관계로 보인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용을 탄 관음보살의 이미지는 주로 근현대 불교미술의 주제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혹자는 근현대기에 새로 만들어진 도상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용을 타고 있는가 아닌가의 문제를 떠나 관음보살과 용의 관계만을 본다면, 그 시작은 보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우선 <수월관음도>[도판 1]에서 그 시원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수월(水月)은 물과 달을 상징하므로 여기서 우선 물과 관음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여기서 물은 바다를 의미한다. 이 그림은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법을 구해 길을 떠난 선재동자가 인도 남쪽에 있는 포탈락가산에서 관음보살을 만나는 장면을 소재로 한 것인데, 동아시아에서는 이 장면을 바닷가에서 일어난 것으로 연출했기에 특히 ‘수월’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관음보살은 육지뿐 아니라 바다에서의 재난에서도 중생을 구제하는 분이다. 그래서 마치 등대처럼 바닷가 높은 곳에 앉아 바다로 나간 배들이 무사한지 살펴보는 분처럼 인식된 것 같다. ‘관세음(觀世音)’이란 말 자체가 이 세상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없는지, 사고를 당한 사람은 없는지 살피는 분이란 뜻이다. 그래서 <수월관음도>의 관음보살은 특히 바다로 나간 사람들을 보살피기 위해 바닷가 바위에 앉아 계신 것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독룡에서 구원의 용으로

그런데 원래 용의 이미지는 뱃사람들을 구해주는 관음보살의 편이 아니라, 반대로 뱃사람들에게 사고의 원인이 되는 풍랑이나 폭풍을 일으키는 존재였다. 도갑사에 봉안됐었으나 지금은 일본 지온인(知恩院)에 소장된 <관음32응신도>[도판 2]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다양한 환난의 종류를 그림으로 풀어놓았다. 그중에는 바다에서 폭풍이나 풍랑을 만나는 장면도 포함돼 있다. 이 그림 속 용들은 폭풍과 풍랑의 원인이 되는 존재로서 그려진 것이지 관음보살의 구원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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