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 용이 나르샤] 용, 아홉 아들을 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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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 용이 나르샤] 용, 아홉 아들을 낳다
  • 노승대
  • 승인 2023.12.2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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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사찰을 수호하다
순천 송광사 감로암 원감국사 탑비. 거북의 모양을 한 비희(贔屭). 사진 유동영

용의 후예

인류가 생존을 위해 수렵과 채취로 떠돌아다니던 석기시대에는 신(神)도 별로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농경·목축 사회로 전환되고 인구가 늘어나자 상황이 달라졌다. 인류 생존에 날씨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씨는 인류의 의지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자연히 신들이 등장하게 된다. 

구름·천둥·번개·비를 관장하는 신은 어느 사회에서나 나타났다. 서양에서는 모든 만물과 우주를 지배하고 비·눈·우박·번개·천둥을 관장하는 제우스(Zeus)가, 북유럽에는 토르(Thor)가, 인도에는 인드라(Indra, 제석천)가 있듯 한민족에게는 환인(桓因)이 있었다. 

물을 전문적으로 다스리는 신도 나타났다. 동남아시아의 나가와 중국의 용이다. 중국은 일찍이 농경사회로 전환됐고, 물의 신인 용에 대한 신앙이 굳건히 뿌리를 내렸다. 부족사회에서 차츰 국가 제도가 갖춰지자 천자(天子, 황제)나 임금은 용에 비견됐다. 

심지어 중국 민족은 용의 자손이라는 신화도 등장했다. 중국인들이 자신들의 조상이라고 모시는 인물이 바로 염제(炎帝)와 황제(黃帝)다. “염제 신농(神農)은 그의 어머니 여등(女登)이 화양땅을 지나다가 신룡과 감통하여 낳았고”라고 황보밀(皇甫謐, 215~282)이 지은 『제왕세기』에 기록돼 있다. 

일찍이 중국에 정착한 용의 문화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분화, 발전해 용의 아들들이 등장하게 된다. ‘용이 아홉 아들을 낳았다’는 용생구자설(龍生九子說)이 그것이다. 용은 천자를 상징하니 민간에서 함부로 거론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용의 문화가 사회 저변에 골고루 스며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용의 아들들이 등장하게 되고, 그렇게 전승되던 설화는 명나라에 이르러 비로소 여러 문인에 의해 정리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용은 왜 ‘아홉’ 아들을 뒀을까? 

 

아홉의 의미

각 민족에게는 민족 고유의 문화에서 비롯된 숫자 개념이 있다. 우리 한민족은 ‘3’을 기본으로 하는 홀수 문화를 선호한다. 곧 1, 3, 5, 7, 9를 길(吉)한 수로 생각해서 이를 문화 전반에 응용한다. 삼존불, 삼층석탑이 기본이 돼 숫자를 늘려가도 홀수를 지킨다. 국악과 택견도 기본이 삼박자다. 태극도 삼태극을 쓰고 음식도 삼함을 만들어 먹는다. 

중국은 우리 민족과 다르다. 기본적으로 짝수를 좋아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중국인들의 숫자 선호는 발음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는 2, 6, 8, 9이고 싫어하는 숫자는 3, 4, 7이다. 

우선 ‘3’은 ‘헤어지다, 흩어지다’는 뜻의 ‘산(散)’과 발음이 비슷하기에 기피하는 수다. ‘4’는 우리의 ‘사(死)’와 발음이 유사해서 싫어한다. ‘7’은 서양이나 우리나라에서 행운의 숫자지만, 중국에서는 장례와 연관이 있는 숫자라서 싫어한다. 중국에서는 49재를 ‘칠칠재’라고 부른다. 7일에 한 번씩 7번을 지내기 때문이다. 당연히 죽음과 연관이 있어서 ‘7’을 기피한다. 

이와 반대로 ‘2’는 짝을 이루고 서로 화합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 좋은 일이 2배로 늘어난다고 하여 좋은 숫자로 믿는다. ‘6’은 순리대로 잘 풀린다는 ‘류(流)’와 발음이 비슷해 행운의 숫자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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