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역사: 사찰로 온 헤라클레스] 예적금강과 팔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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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역사: 사찰로 온 헤라클레스] 예적금강과 팔금강
  • 김경미
  • 승인 2023.10.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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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량의 호법신장, 팔금강도
[도판 1] 광흥사 간행 금강경 변상도, 출처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

번幡, 도량을 장엄하다

종교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힘의 원천이었으며, 오랫동안 우리의 삶과 문화를 지탱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전래된 불교가 그러한 역할을 했다. 사람들은 부처가 계신 절을 찾아 지친 영혼을 달랬고 기도를 올렸다. 조선시대에는 영산재(靈山齋), 수륙재(水陸齋) 같은 야외 의식에 많은 사람이 모여 가족의 안녕과 행운을 발원했다.

이 법회에는 법을 펼치기 위해 부처와 여러 보살 및 권속(眷屬)이 봉청(奉請)되고, 신성한 의식을 호위하는 불교의 호법신장(護法神將) 역시 그 자리에 참석했다. 금강역사, 사천왕, 팔부중 같은 호법신은 삼국시대부터 사찰의 문이나 탑(塔)을 수호했고,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의례의 발전으로 104위 신중(神衆)까지 등장한다. 이들 104위 신중에는 『화엄경』 「세주묘엄품」에 나오는 39위 신중 일부와 천부중, 대예적금강, 사보살, 팔금강, 위태천, 천룡팔부 등 여러 신들이 등장한다. 

세종 2년 “기신재와 추천재를 수륙재로 합해서 설행하라”는 기록이 『조선왕조실록』(1420년 8월 22일)에 나온다. 영산재나 수륙재 같은 불교의례가 15세기 전반에는 성립됐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이 야외에서 진행되는 재의식에는 괘불(掛佛)을 중앙에 놓고 번(幡)을 걸어 도량을 장엄(裝嚴, vyūha)한다. 도량을 장엄하는 번은 의식이 이뤄지는 법당 안팎을 청정하고 신성하게 한다. 번을 통한 도량 장엄은 의례와 결합해 경전의 구성과 내용이 마치 눈앞에 펼쳐지듯 재현하기도 한다. 

도량장엄번은 오여래번(五如來幡), 칠여래번(七如來幡), 인로왕보살번(引路王菩薩幡), 사보살번(四菩薩幡), 대예적금강번(大穢跡金剛幡), 팔금강번(八金剛幡), 십이지번(十二支幡)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도량장엄번은 상·중·하단의 위계에 따라 배치되며, 존상의 모습을 직접 그리거나 명호만을 적은 두 가지 형식이 있다. 의식에는 범패(梵唄)가 함께한다. 번은 눈을 통해, 범패는 소리를 통해 도량을 청정하게 하고 도량 안에 있는 모든 존재를 보호한다.

 

불교의례에서 예적금강과 팔금강

팔금강은 예적금강과 더불어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장으로서 신중으로 모셔져 있다. 팔금강이 불교를 보호하는 호법신장이라는 특징은 의례를 통해 분명하게 전달된다. 벽암각성(碧巖覺性)의 문도인 지선(智禪)이 각 사찰에서 거행하는 불교의식 절차를 정리한 『오종범음집』(1661)에 팔금강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다. 

의식집 중 불보살 등을 도량에 모시는 보청(普請)의식을 살펴보자. 상단 예불 의식인 ‘영산회작법’에서 괘불을 걸기 전, 사(四)보살과 팔금강을 청해 도량을 장엄하고 위호하게 했다. 사보살은 금강권보살, 금강색보살, 금강애보살, 금강어보살을 말한다. 

팔금강과 사보살을 의례에 청하는 절차는 1570년 안동 광흥사에서 간행된 『금강반야바라밀경 변상』에서도 볼 수 있다. 첫머리에 부처님이 기원정사에서 금강경을 설하는 장면이 묘사되고, 바로 제2~5판의 상단에 <옹호(擁護)>라는 도상과 함께 팔금강을 봉청하는 팔금강이 묘사되는 <청금강(請金剛)> 도상이 이어진다[도판 1].

죽은 사람을 위한 구복의식과 재난구제 성격을 지닌 ‘금강회상(金剛會上)’에서, 『금강경』을 독성하거나 예배할 때 팔금강과 사보살이 봉청돼 경을 독송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8세기에 들어와 활발히 간행된 의식집을 통해서도 팔금강이 사보살, 대예적금강 등이 함께 도량장엄번으로 배치되는 배경을 볼 수 있다. 조선 18세기 의식집 『범음집』 (1721), 『작법귀감』(1827)과 『석문의범』(1931) 「신중작법」 상단에서 104위 신중의 명칭과 봉청하는 순서가 확인된다. 『석문의범』 상단에서는 대예적금강, 팔금강, 사보살, 십대명왕을 차례로 부르고 있다. 이들은 신중으로 함께 각각 사방을 지키고, 불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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