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역사: 사찰로 온 헤라클레스] 붓다의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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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역사: 사찰로 온 헤라클레스] 붓다의 수호자
  • 유근자
  • 승인 2023.10.2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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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라 불전미술과 금강역사
[도판 1] 간다라 불전미술 속 헤라클레스 모습을 한 금강역사, 1~2세기, 간다라

간다라 불전미술 속 금강역사

간다라 불전미술(佛傳美術, 석가모니의 생애를 표현한 그림·조각 등)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석가여래를 수호하는 신으로 금강역사(金剛力士, Vajrapani)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는 연등불로부터 석가여래가 될 것이라는 ‘연등불수기’ 장면에 잠시 등장했다가, 세속을 떠나 광명의 세계로 진입하는 ‘출가’ 장면부터는 본격적으로 호위 무사를 자처한다. 부처님이 되기 위해 수행의 길로 나선 싯다르타 태자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호위한 금강역사는, 간다라 불전미술에서 성도 후 입멸할 때까지 그가 맡은 임무를 철저히 수행했다. 

현재 파키스탄은 석가여래 당시 북인도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그리스 문화와 불교가 만나 간다라 미술이 형성된 곳이다. 알렉산더(기원전 356~323) 대왕의 동방 원정으로 이곳에 전파된 그리스 문화에 기반한 헬레니즘은 간다라 불상에 그리스 신의 모습을 투영시켰다. 간다라 지역에 이식된 헬레니즘의 영향은 석가여래를 호위하는 금강역사에게도 반영됐다. 바로 그리스 신 가운데 힘의 상징인 헤라클레스가 간다라 불전미술에서 석가여래의 호위 무사인 금강역사로 모습을 바꾼 것이다[도판 1].

 간다라 불전미술 속 금강역사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헤라클레스 모습을 차용한다는 점이다. 호법신으로서 금강역사는 사천왕이나 제석천에 비해 위계가 낮지만,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미 간다라 지역에 알려져 있던 서양 고전미술 속 힘의 상징인 헤라클레스 도상을 사용한 것이다. 간다라 불전미술 속 금강역사는 네메아의 사자를 죽이고 잠시 바위에 기대어 쉬고 있는 헤라클레스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스의 원본을 기초로 로마시대에 제작한 헤라클레스 상은 바위에 기댄 채 곱슬거리는 머리칼과 근육이 발달한 나신(裸身)으로 서 있다[도판 2]. 네메아의 사자를 죽이는 데 사용한 몽둥이와 사자 가죽은 바위 위에 놓여 있고, 헤라클레스는 몽둥이에 기대어 잠시 쉬고 있다. 이러한 헤라클레스는 동전에도 표현됐고, 동서교류를 통해 간다라에도 자연스럽게 유입됐을 것이다[도판 3].  

네메아의 사자를 죽인 헤라클레스는 사자 가죽을 팔에 들거나 머리에 쓰고 있기도 하다[도판 4]. 머리에 사자 가죽을 쓴 헤라클레스 도상은 간다라 불전미술에도 수용됐다[도판 5]. 

금강역사의 명칭과 역할

불교 경전 속 금강역사는 집금강신(執金剛神)·집금강(執金剛)·밀적금강(密迹金剛)·금강수(金剛手)·금강수약차(金剛手藥叉)·금강밀적수(金剛密迹首)·이왕(二王)·인왕(仁王) 등 다양한 명칭을 갖고 있다. 집금강신은 산스크리트어 바즈라파니(Vajrapāṇi)를 한역한 것으로 ‘금강저(Vajra)를 손에 든 신’이라는 뜻이다. 정초 신중기도 때 독송하는 ‘화엄경약찬게’에 가장 먼저 등장한 화엄성중이 집금강신인 것은, 『화엄경』에서 금강역사를 중요시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여러 경전에 나타난 금강역사의 역할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석가여래를 언제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모시는 호위자이며, 둘째는 비법(非法)을 저지르는 자들을 무찌르는 역할이다. 이때 그는 군중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석가여래와 그 반대자의 눈에만 보이는 특징을 갖는데, 이와 관련된 내용은 초기 경전에 잘 나타나 있다.

『디가니까야』에는 ‘시뻘겋게 달궈지고, 불꽃을 튀기고, 빛을 내는 금강저’를 들고, 석가여래의 질문에 바른 답을 하지 않는 이교도 암밧타의 머리를 조각내려는 금강역사가 등장한다. 석가여래께서 불법을 전파하는 데 금강역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이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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