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역사: 사찰로 온 헤라클레스] 중국 금강역사상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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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역사: 사찰로 온 헤라클레스] 중국 금강역사상의 변신
  • 임영애
  • 승인 2023.10.2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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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수호자
[도판 1] <붓다와 금강역사>, 2세기, 스와트, 베를린 아시아미술박물관

중국 금강역사상은 간다라나 중앙아시아의 금강역사상과는 완전히 다르다. 금강역사상의 숫자도, 서 있는 위치도, 모습도 다 다르다. 간다라에서 금강역사상은 붓다의 옆에 바짝 붙어 붓다를 밀착 수호했으며, 늘 혼자였다[도판 1]. 그러나 금강역사가 중국으로 건너온 후에는 완전히 달라진다. 

간다라에서는 금강역사가 한 구였지만, 중국에서는 쌍이 됐으며, 위치도 붓다 옆이 아닌 사찰이나 석굴의 입구에 서서 사역(寺域) 전체를 지킨다. 또 그 가운데 하나는 입을 크게 열었고, 다른 하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입 모양이 서로 다른 이형(異形)대칭인 점도 특이하지만, 몸의 표현도 흥미롭다. 상반신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으며 몸은 울퉁불퉁한 근육질이다. 양손에는 힘을 잔뜩 주어 뼈대와 힘줄이 툭툭 불거졌다. 얼굴 모습도 특이하다. 크고 부리부리한 눈은 곧 튀어나올 것 같으며, 코는 커다랗고, 입은 꾹 다물어 우락부락하다. 간다라에서 중국으로 자리를 옮긴 금강역사상은 왜 이렇게 달라졌을까? 

 

쌍이 된 금강역사상

간다라에서 혼자 중국으로 들어온 금강역사는 곧바로 쌍이 된다. 간다라와 중앙아시아에서는 한 구였지만, 중국에서는 예외 없이 쌍이다. 서 있는 위치도 달라졌다. 간다라처럼 붓다의 옆에 바짝 붙어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문밖에 섰다. 금강역사상이 지켜야 할 범위가 훨씬 커진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중국에 금강역사상이 들어온 때가 북위(386~534) 후기인 5세기 후반인데, 바로 그때가 중국의 불교미술이 현지화되기 시작한 시기라는 점이다. 간다라와 인도로부터 받아들인 중국 불상이 인도와 간다라의 옷을 벗고 중국의 옷으로 갈아입은 때가 5세기 후반이다. 바로 이때 중국 본토에 금강역사상이 처음으로 등장했고, 처음부터 쌍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중국 본토로 들어온 금강역사상 가운데 가장 이른 예는 5세기 후반에 조성된 운강석굴 제9굴의 금강역사상이다. 제9굴에서 금강역사상은 전실 입구 위쪽에서 찾아볼 수 있다[도판 2]. 전실 입구 전체를 하나의 목조건물로 형상화하고 지붕의 추녀 아래 좌우 양 끝에 금강역사를 세워뒀다. 운강석굴 제9굴은 처음부터 중국 금강역사가 문밖을 지키는 존재였음을 알려준다. 금강역사가 문밖에 서서 사찰 안으로 들어오는 삿된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쌍으로 등장한 운강석굴 제9굴의 금강역사상은 한 손에는 금강저, 나머지 한 손에는 삼지창을 들었다[도판 3]. 쌍으로 등장하는 대표 예는 523년에 완성된 용문석굴 빈양중동 입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도판 4, 5]. 

이처럼 원래 1구였던 금강역사가 중국에서 쌍이 된 것은 중국 고대의 좌우 대칭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 고대 분묘 내의 한(漢) 화상석(畫像石) 혹은 화상전(畫像塼)에 새겨진 각종 문신(門神, 문을 지키는 수호신)과 벽사 도상이 대표적이다[도판 6]. 문신은 문의 좌우에 대칭으로 서 있다. 무덤 입구에 좌우 이형대칭으로 부장된 진묘수(鎭墓獸, 무덤을 지키는 동물상)도 마찬가지다. 흥미롭게도 문신도, 진묘수도 입 모양이 서로 다른 좌우 이형대칭이다. 

결국 간다라에서는 붓다 수호신이었던 금강역사가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로 와서는 사찰과 가람 전체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그 역할이 확장됐다. 물론 문 좌우에 문지기가 서서 문으로 들어오는 악한 것을 물리친다는 관념은 어느 지역, 어느 시대에서나 생각할 수 있는 기본적인 사유체계다. 중국 금강역사상의 제작자는 건물 입구의 좌우에 문신 또는 역사(力士)를 세우는 것처럼, 석굴 입구에 금강역사를 쌍으로 세워두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이미 초월적 존재로 인식됐던 붓다를 굳이 금강역사가 밀착 수호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며, 그런 이유로 금강역사에게 붓다의 밀착 수호가 아닌 사역 수호의 역할을 맡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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