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 뚫고 온 저승세계 변호인, 지장
상태바
모래바람 뚫고 온 저승세계 변호인, 지장
  • 최호승
  • 승인 2022.02.03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를 영화로 만든 <신과 함께>. 영화 <신과 함께>에서는 염라대왕 앞에서 죽은 이들을 변호하는 저승 삼차사가 나온다. 저승세계의 변호인이 저승 삼차사일까? 아니다. 저승세계의 변호인, 지장보살의 역할을 저승 삼차사에게 덧씌운 설정이다.

그렇다면 지장은 어디서 왔을까? 지장은 불교가 시작한 인도의 자궁 안에 있다가 중앙아시아, 호탄에서 태어났다. 모든 것이 무너져 사막의 모래와 바람만이 남아 있는 호탄이 지장의 고향인 셈이다. 지장이 저승세계의 변호인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누구나 피하고 싶은 게 죽음이다. 지장은 죽은 이들의 안내인이다. 때로는 홀로 때로는 아미타불, 인로왕보살과 함께 죽은 자를 다음 세계로 안내한다. 저승세계에서 염라대왕이 심판자라면 지장은 변호인이다. 죽은 자가 생전에 작은 선업이라도 쌓았다는 점을 증명해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일을 막는다. 그러면서 죽은 이들이 머무는 명부(염라대왕의 심판을 받는 곳)에 지장은 함께 있다. 왜? ‘지옥 중생을 모두 구제하기 전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라는 큰 서원을 한 이가 바로 지장이다.

불광미디어(대표 류지호)가 ‘저승세계의 변호인, 지장’을 주제로 한 ‘원 테마’ 잡지 월간 「불광」 통권 568호를 발간했다. 월간 「불광」은 지장의 탄생부터 무불(無佛)시대의 교주로서 지장, 한국형 신앙으로의 역사적 변화 흐름, 아미타불과 지장의 관계, 그림으로 남은 지장 등 지장의 모든 것을 한 권에 담았다. 그리고 ‘지장과 함께’ 저승세계, 지옥을 다녀왔다.

불교 전문사진가 유동영 작가가 렌즈에 담아온 도솔산 참당암, 오대산 지장암, 금수산 정방사 등 한국불교의 지장성지를 순례하고 나면 지장과 저승세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 스님은 대통령 유고 시 총리처럼 부처님에 준하는 위상을 가진 지장을 조명했다. 과거불인 석가모니불과 미래불인 미륵의 중간기간인 무불시대의 주관자가 지장이라는 사실이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저승세계의 끝판왕이자 심판자인 염라대왕의 기원도 흥미롭다. 지장신앙에서 뻗어 나온 시왕(十王) 중 다섯 번째 왕인 염라대왕뿐 아니라 명부전 양식이 중국이나 일본에서 찾기 힘든 이유까지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를 쓴 노승대 작가가 풀이했다.

리움미술관과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의 고려시대 <지장보살도>, 옥천사 <지장보살도> 등은 지장을 설명하는 글과 함께 수록해 보는 맛과 읽는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상상으로만 그려왔던 지옥의 모습을 생생하게(?) 눈으로 체감할 수 있다.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이자 조계종 교육아사리 현주 스님이 지장신앙으로 본 18개 지옥을 실감 나게 글로 풀었고, 글에 수록한 일본 지은원 소장 <지장시왕18지옥도>가 현실감을 더했다. 게다가 옥천사 성보박물관에서 소장 중인 <시왕도>를 부분 확대한 지옥의 곳곳은 생동감마저 자아낸다.

팁 형식으로 짧게 소개한 꼭지들 역시 지장을 이해하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읽을거리다. 생전 죄업을 비추는 업경대, 지장보살의 화신 김교각 스님, 저승세계에 있는 저승사자와 나찰 그리고 판관·녹사·시동, 삼장탱화와 현왕탱화 이야기는 지식을 풍성하게 해준다.

‘저승세계의 변호인, 지장’ 외에도 월간 「불광」 연재는 불교의 지식과 지혜로 가득 채웠다. 봉은사 포교국장 석두 스님은 삶과 죽음의 문제를 사유했고, 해인사 승가대학장 보일 스님은 멕시코 화가 프리타 칼로의 삶과 작품에서 괴로움의 소멸을 간파했다. 조계종 교육아사리 효신 스님은 이번에 처음 선보인 격월 연재 ‘근현대 스님 되돌아보기’에서 스승 만공 스님의 일언처럼 “중생의 약이 된” 초부 적음(草夫寂音, 1898~1961) 스님을 조명했다. 특히 이번 연재에서 효신 스님은 직접 족보를 보고 2년 후 호적에 올라갔다는 사실을 확인, 적음 스님의 기존 출생연도를 1900년에서 1898년으로 조정했다.

월간 「불광」 추천 이달의 사찰 순례 ‘저절로 소확행#’에서는 동백꽃 필 무렵 가볼 만한 사찰 백련사 등을 소개했다. 교구본사 주지를 회향하고 환경운동 일선에 선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만 스님은 월간 「불광」 고품격 인터뷰 불광초대석에 초청했다.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