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세계의 변호인, 지장] 지장신앙과 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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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세계의 변호인, 지장] 지장신앙과 시왕
  • 노승대
  • 승인 2022.01.2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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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세계의 심판자, 염라대왕
김룡사 목조지장보살좌상(경상북도 유형문화재), 1714년 제작돼 김룡사 명부전에 모셔져 있다.

살아 있는 만물은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신분이 높고 낮든 모두 평등하게 죽는다. 진시황도 죽었고 삼천갑자(18만 년)를 산 동방삭도 죽었다. 착한 사람도 죽고 악한 사람도 죽는다. 그럼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인가?

사람과 동물의 갈림길도 바로 이 지점이다. 지능이 발달한 인류는 죽음 뒤의 세계가 궁금하다. 죽음 뒤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너무 허망하다. 애쓰고 살아 온 인생 뒤에는 다른 세계가 있다고 믿는다.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먼저 발달한 이집트 고대 왕조(BC 3200?~ BC 332)에서도 이미 죽음 뒤의 부활을 믿어 미라를 만들었으니 사후세계가 있다는 생각도 오랜 역사를 갖는다.

자연히 모든 종교에는 사후세계가 존재한다. 불교에는 지옥과 극락이, 기독교에는 지옥과 천당이 있다. 이슬람교에는 지옥과 천국이 있으며 도교에는 지옥과 신선 세계가 있다. 유교에도 저승에 해당하는 황천이 있다. 그중에서도 불교의 지옥은 지옥의 종류와 구체적인 내용이 많기로 으뜸이다. 그러나 불교의 지옥관도 인도의 고대 종교인 브라만교의 지옥을 받아들여 발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염라대왕도 당연히 인도 신화에 등장한다. 

염라(閻羅)는 산스크리트어 야마라자(Yamaraja)의 음역인 염마라사(閻魔羅闍)를 줄여 부르는 명칭이다. 염마라고도 하며 raja가 ‘왕’이라는 뜻이므로 염라대왕이라고도 부르게 된 것이다. 야마(Yama)는 인도 고대의 태양신 비바스바트(Vivasvat)와 구름의 여신 사라뉴(Saranyu)의 아들로, 여자인 야미(Yami)와 남녀 쌍둥이로 태어났다. 인도 신화에서 최초의 인간이라고 여겨지는 마누(Manu)의 동생이다. 그러나 야마는 인간으로서 죽는 바람에 사후세계의 개척자가 됐다. 그 세계가 바로 천상 세계인 야마천이다. 수미산 정상에 있는 도리천 바로 위, 허공 중에 있는 천인들의 세계다.

기원 전후에 사람의 지능이 더욱 발달하면서 인도 신화에도 큰 변화가 온다. 전생에 나쁜 짓을 한 죄업 중생과 천상 세계에서도 죄를 지은 존재들이 가야 할 지옥이 필요해진 것이다. 야마는 사후세계의 개척자이자 관장자로서 자연스럽게 죽은 자를 심판하는 주재자가 됐다.

이러한 관념들이 불교에 수용되면서 야마는 현상 세계인 야마천의 통솔자이기도 하지만 지옥 세계를 관장하는 염라대왕의 임무도 맡게 됐다. 인도에서 나타난 불교의 지옥 관념은 시대가 내려가면서 점점 발전해 『대비비사론』등 여러 논서에 나타나고 『십팔니리경』에 이르면 지옥이 18개의 지옥으로 세분화된다. 불교의 지옥은 서역을 거치며 더욱 많은 정보를 담으면서 『지장보살본원경』에 이르면 24곳의 대지옥으로 늘어나고 대지옥 속에 작은 소지옥이 수도 없이 많은 것으로 묘사된다. 

 

시왕十王의 출현

그렇지만 아직 지옥에 온 죄인을 심판하는 시왕은 나타나지 않았다. 시왕은 중국에 불교가 유입된 후에 나타난다. 중국은 당시 세계적인 선진국이었고 법치제도를 갖춘 나라였다. 당연히 죄가 있으면 경중에 따라 형벌을 주는 사법제도가 있었다. 또 사람이 죽으면 저승에 가서 선악에 대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관념도 중국의 민간 신앙 속에 전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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