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세계의 변호인, 지장] 염라대왕 앞 전생 죄업 비추는 업경대
상태바
[저승세계의 변호인, 지장] 염라대왕 앞 전생 죄업 비추는 업경대
  • 송희원
  • 승인 2022.01.24 2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자 모양 업경대, 조선시대, 높이 98.2cm, 길이 36.4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불법을 수호한다는 사자 모양의 좌대와 불꽃무늬 조각으로 둘러싸인 경륜부로 이뤄졌다. 경륜부 뒷면에는 옴(ॐ, 唵)자가 그려져 있다.

불교에서는 지옥·아귀·축생·수라·인간·천상의 여섯 세계를 생전 지은 업에 따라 생사를 거듭하며 끝없이 윤회하는 육도(六道)라 한다. 이에 반해 성문(聲聞)·연각(緣覺)·보살(菩薩)·불(佛)의 세계는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어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난 극락세계라 한다. 이 중에서 지옥, 아귀, 축생의 세계는 삼악도(三惡道)라고 하여 고통스러운 형벌을 받게 된다. 

사람들 대부분은 죽은 뒤 다음 생의 몸을 받을 때까지 명부(冥府) 세계에서 49일간 머물게 된다. 이때 명부의 재판관인 열 명의 대왕(十王)에게 전생의 죄업을 심판받게 되는데, 그중 다섯 번째 시왕이 염라대왕이다. 업경대는 망자의 죄업을 판단하는 도구로 염라대왕의 지물(持物)이다. 업경(業鏡) 또는 거울이 돌면서 업을 비춘다고 해 업경륜(業鏡輪)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염라대왕은 망자를 업경대 앞에 세워 생전에 지은 업을 비춰본다. 업경대에는 그가 생전에 지은 악업과 복업이 모두 나타나며, 염라대왕은 그의 죄를 묻고 지은 죄목을 일일이 두루마리에 적는다. 더는 업경대에 죄가 비추지 않으면 모든 심문이 끝나고 두루마리를 저울에 달아 죄의 경중을 판가름한다. 그 후 가야 할 지옥이 정해지며 형벌을 받게 된다. 

옥졸이 죄인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은 채 업경대를 들여다보고 있다. 업경대 안에는 소를 도살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생전에 가축을 도살한 죄인의 죄가 업경에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시왕도(제5염라왕)〉 부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경전에도 업경대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불설예수시왕생칠경』에 보면 “염라대왕 앞에서 죄인들은 머리카락을 잡힌 채 머리를 들어 업의 거울(업경)을 보니 비로소 전생의 일을 분명히 깨닫네”라고 설한다. 『사분율행사초자지기』에서는 “1년에 3회 정월과 5월, 9월에 업경륜이 남섬부주(南贍部洲, 인간들이 살고 있다는 땅)를 비추는데, 만약 선악업이 있으면 거울에 모두 나타난다”고 하며,  『지장보살심인연시왕경』에는 “사방팔방에 업경을 달아 두어 전생에 지은 선과 복, 악과 죄업을 나타낸다. 모든 악업의 형상을 나타내는 것이 현세에서 목전에 보는 것과 같다”고 나온다. 

이처럼 업경대는 권선징악의 상징물이자 지옥의 재판을 설명하는 지물로 주로 지장보살을 모신 명부전(冥府殿), 지장전(地藏殿)에 놓인다. 지장전 안에 시왕을 봉안하고 업경대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으나, 일반 법당에 안치되기도 한다. 

보통 업경대는 좌대(座臺) 위에 경륜부(鏡輪部)를 별도의 상단으로 조성하고 좌대와 상단의 경륜부를 연결하는 간주(間柱)로 구성된다. 경륜(鏡輪)은 금속 또는 나무로 만들어 채색하기도 한다. 거울은 원형이나 타원형으로 청동경 혹은 황동경으로 제작하거나, 나무로 만들어 채색한다. 거울 주변에는 화염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명부의 분위기를 나타낸다. 크기는 1m 전후의 것이 많으며, 1m가 훨씬 넘는 대형유물도 있다. 

 

참고문헌
김창원, 「‘업경대(業鏡臺)’ 명문분석과 도상학적 연구」, 강좌미술사 56호, 한국불교미술사학회, 2021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