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세계의 변호인, 지장] 삼장탱화와 현왕탱화
상태바
[저승세계의 변호인, 지장] 삼장탱화와 현왕탱화
  • 노승대
  • 승인 2022.01.24 2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룡사 삼장탱화(보물), 1727, 월정사 성보박물관 소장. 왼쪽부터 지장보살, 천장보살, 지지보살의 모습이다. 

삼장탱화는 삼장보살도라고도 한다. 한국에서만 나타난 특이한 탱화다. 임진왜란 직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건륭(乾隆) 연간(1736~1795)까지 많이 조성되다가 1800년 이후에는 줄어들었고, 1900년 이후에는 조성된 예가 거의 없다. 한때 신앙으로 크게 유행했지만 점차 소멸해 갔다는 것을 말해준다. 

삼장보살은 천장(天藏)보살, 지지(持地)보살, 지장(地藏)보살을 말한다. 조선시대 들어와 지장신앙은 유교의 효 사상이 밑바탕이 되어 민간에 정착됐고, 천지인(天地人) 삼계에 떠돌고 있는 고혼들을 천도하기 위해 삼장보살이 출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늘 세계를 관장하는 천장보살, 지상 세계를 관장하는 지지보살, 지하 명부 세계를 관장하는 지장보살을 삼존으로 배치하고 세 보살과 관련된 보살들과 천신, 시왕, 신중들을 주위에 시립케 하여 신중탱화와 같이 법당의 중단에 배치한 게 삼장탱화다. 보통 신중탱화의 맞은편 벽에 걸어 넣고 항상 예경할 수 있도록 배려한 존상이었다. 삼장보살에 대한 경전 상의 근거는 없다. 천장보살, 지지보살은 경전에 이름만 간략히 나올 뿐, 하늘 세계나 지상 세계를 관장한다는 내용은 없다. 전통의 천지인 세계관에 세 보살을 나누어 배치한 것으로 짐작된다. 

삼장보살에 대한 신앙적 내용은 수륙재라는 불교 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 수륙재는 물과 땅에 사는 혼령이나 귀신과 같은 중생의 영혼을 위해 불법을 강설하고 음식을 베푸는 종교 의례다. 수륙재는 먼저 불법승 삼보에 대한 상단 의식을 진행하고, 이어 삼장보살에 대한 중단 의식을 진행한다. 천상, 지상, 지하 세계를 나누어 관장하는 세 보살에게 귀의함으로써 죽은 사람의 영혼을 천도하고 살아서 의식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영혼도 정화한다는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이후 본래의 지장 신앙이 확립되면서 삼장 신앙은 점차 소멸했고, 영가 천도는 지장보살에게로 집중돼 갔다.

<현왕도>, 조선시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현왕탱화는 한국에서만 출현한 탱화다. 시왕신앙의 하나로 그려진 현왕탱화는 1700년대 그려진 것도 있지만, 1800년대 크게 유행한 탱화다. 삼장신앙이 쇠퇴하고 새롭게 등장한 탱화라고 보기도 한다. 전통 유교식 장례법에는 사람이 죽으면 수의로 갈아입힌 후 3일이 지난 이후 입관한다. 망인이 다시 살아날 수도 있고, 또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어서다. 시신을 관에 넣어야만 돌아가신 것으로 인정된다. 

망자를 입관하는 날 망자의 혼령이 처음 만나는 왕은 염라대왕이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을 때 시왕의 우두머리인 염라대왕이 사자를 파견해 죽은 이의 혼령을 데려오기 때문이다. 현왕탱화에서 가운데 앉아 있는 본존은 보현왕여래(普現王如來)이니 줄여서 현왕여래라고 부른다. 염라대왕의 후생이 바로 보현왕여래다. 

『불설예수시왕생칠경』에서 부처님이 염라대왕에게 “미래 세상에서 부처를 이루리니 호는 보현왕여래이며 십호(十號)를 다 갖춘다”고 했다. 곧 현재의 염라대왕이 미래에 성불하여 보현왕여래로 불린다는 것이다. 망자가 죽은 뒤 처음 만나게 되는 보현왕여래에게 영가의 극락왕생을 위해 불공을 올리는데 이때 사용하는 불화가 현왕탱화다. 현왕탱화에서는 여래의 모습으로 그리지 않고 염라대왕의 모습으로 그려 놓았다. 현재 모습인 염라대왕을 그려 놓아야 일반 백성이 쉽게 알아볼 수 있고 다가올 심판에 대해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