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륜성왕을 꿈꾼 광개토왕] 고구려 불교 이해하기 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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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륜성왕을 꿈꾼 광개토왕] 고구려 불교 이해하기 ➊
  • 박아림
  • 승인 2024.03.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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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고분벽화 속 불교신앙
[도판 1] 안악 3호분의 남자 주인공 모습. 주인공이 앉아 있는 휘장 꼭대기에 연꽃이 보인다. 사진 출처 『조선유적유물도감』

고구려에서 고분(古墳, 옛 무덤)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한 시기는 대략 3~4세기로 본다. 정확한 축조 시기를 알 수 있는 가장 이른 시기의 고구려 벽화고분은 안악 3호분(357)이다. 안악 3호분이 세워진 4세기부터 668년 고구려가 멸망할 때까지 고구려 벽화고분에는 고구려인의 신앙생활과 사후 세계관이 담겨 있다. 

안악 3호분에는 불교의 상징인 연꽃이, 고구려의 가장 마지막 벽화고분이라고 할 수 있는 강서대묘에는 불교의 비천(飛天)이 천장을 장식한다. 고구려인의 의식 세계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불교의 관념과 미술 세계가 고구려 벽화고분의 건축과 회화로 생생하게 남아 있다. 

고구려 벽화고분에서 보이는 불교신앙을 중요 고분의 건축 구조와 회화 소재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안악 3호분

고구려 벽화고분은 고구려에 불교가 전래된 372년 이전부터 축조됐는데, 357년 세워진 황해남도 안악군에 위치한 안악 3호분에서 이미 불교적 요소들이 표현된다. 

먼저, 안악 3호분의 불교적 요소는 무덤의 남자와 여자 주인공 그림에서 찾을 수 있다. 무덤 주인공인 남자[도판 1]와 여자가 서쪽 곁방의 후벽과 후벽에 맞닿은 남쪽 벽에 각각 그려졌다. 남자 주인공은 정면을 보고 앉아 있고, 여자 주인공은 남편을 향해 측면으로 앉아 있다. 

중국 한대에 무덤 주인공의 정면 초상은 중국으로 전래된 불교 도상의 영향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대의 낙산 마호1호 애묘(樂山 麻浩1號 崖墓)의 부처상, 묘전수(墓錢樹)와 동경(銅鏡)에 표현된  서왕모상 등은 초기 불교의 전파로 중국의 전통적인 신선 도상과 불교 도상이 혼합된 예다. 

무덤의 남자 주인공은 정면을 보며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세 개의 다리가 있는 삼족(三足) 빙궤(憑机, 팔걸이 받침)에 기대어 앉았다. 안악 3호분 무덤 주인공 그림은 기본적으로는 중국의 한대 고분 미술의 정면 초상 도상을 따르고 있다. 또한 한대에 전래한 불교미술의 부처상과 유마거사 도상과의 연관성도 보여준다.

중국 한대의 벽화고분과 화상석 고분 가운데, 동한(東漢) 시기의 허베이성 안핑(平安) 벽화고분의 무덤 주인공은 안악 3호분과 거의 유사한 형태로 장방(帳房, 휘장을 두른 방) 아래 정면을 향해 앉은 모습이다. 이러한 삼각 구도 안에 정면으로 그려진 무덤 주인공 초상은 동한 시기 허베이성에서, 위진 시기 랴오닝성의 벽화고분을 거쳐, 고구려의 안악 3호분에 출현한다. 

안악 3호분의 불교적 요소 또 한 가지는 도상의 자세다. 무덤 주인공이 한 손에 주미(부채)를 들고 몸 앞에 다리가 세 개 달린 삼족 빙궤를 놓고 기대어 앉아 있는데, 이러한 도상은 불교미술의 유마거사 도상에서 연원을 찾기도 한다. 이처럼 안악 3호분 벽화에서 가장 중요한 무덤 주인공의 초상에서 불교적 도상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이후에 출현하는 고구려 벽화고분 무덤 주인공의 표현에 전반적으로 담기게 되는 불교적 색채를 예시한다. 

또한 안악 3호분에는 불교의 상징인 연꽃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먼저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앉은 장방 위의 중앙과 양쪽 모서리에 연꽃이 장식됐다. 장방 위 중앙에는 다섯 잎에서 일곱 잎의 연꽃이, 장방의 양쪽 끝에는 세 잎의 연꽃, 또는 연봉오리가 그려졌다. 불교의 상징인 연꽃은 안악 3호분의 무덤 주인공 초상만이 아니라 무덤의 천장과 기둥 등 다양한 곳에 출현한다. 

안악 3호분에는 말각조정(삼각 고임천장)이라는 고구려 특유의 천장 구조가 앞방, 널방, 서쪽과 동쪽의 곁방에 사용됐다. 말각조정은 방형(사각형)의 벽면 위에 평행 고임으로 몇 단을 올리고, 그 위에 네 모서리에 삼각형 모양으로 돌을 얹어 네 모서리를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쌓는 구조다. 후기 벽화고분인 강서대묘에 이르기까지 고구려 벽화고분에서 자주 채용되는 천장 형식이다.

말각조정의 중앙에는 여덟 잎의 연화문(연꽃 모양 문양)이 정면으로 그려져 연꽃이 만개한 하늘 세계를 보여준다[도판 2]. 또한, 널방을 둘러싼 기둥머리에도 측면 연화문이 귀면문(괴수의 얼굴 문양)과 함께 장식됐다. 

초기의 안악 3호분부터 출현한 연화문은 고구려 벽화고분의 대표적인 문양으로, 대다수의 고구려 벽화고분에 인물들의 생활풍속 장면과 천상 세계의 배경으로 그려진다. 또 인물이나 풍속이 없는 장식문양이 중심인 벽화고분에도 중심 문양으로 애용되면서 고구려인의 장의(葬儀)미술이 가진 불교적 색채를 짙게 드러낸다.

 

덕흥리 고분

안악 3호분에 이어 408년에 축조된 덕흥리 벽화고분(평안남도 남포시 소재)에는 앞방에서 뒷방으로 연결되는 통로의 입구 위쪽 천장에 글이 쓰여 있다[도판 3]. 여기서 무덤 주인공은 진(鎭)이며 석가문불(釋迦文佛)의 제자임을 밝히고 있다. 

덕흥리 벽화고분의 무덤 주인공은 무덤의 앞방과 뒷방에 두 번 출현한다. 먼저 앞방 뒷벽에는 안악 3호분과 유사한 삼각 구도의 초상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뒷방의 동측 벽에는 연꽃이 피어나는 연못과 칠보 공양의 장면이 그려졌다[도판 4]. 칠보수(七寶樹)나 칠보에 예를 드리는 의식도로, 아미타삼부경(阿彌陀三部經) 중 무량수경(無量壽經)의 정토 장엄과 관련된 내용이다. 무덤 주인공이 아미타정토에 왕생하기를 기원하는 의식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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