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으로 가는 배, 반야용선] 영혼을 옮기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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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으로 가는 배, 반야용선] 영혼을 옮기는 배
  • 유현주
  • 승인 2023.11.2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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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역사 속 배

“내 뗏목은 이미 잘 엮어져 있고 

거센 흐름을 이기고 건너 피안에 이르렀으니

이제는 더 뗏목이 소용이 없으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 『숫타니파타』, 「소치는 다니야의 경」

유한한 인생과 죽음은 모든 인간에게 남겨진 거대한 숙제다. 죽음이라는 불가해한 현상은 종교를 탄생시켰고, 오랜 세월 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 ‘지속되는 다른 세계’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생겨났다.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아무도 없었지만 험난한 저승길에 관한 이야기들은 꽤 구체적이다. 이승에 남겨진 가족과 친구들은 망자의 마지막 여정을 돕기 위해 무덤에 짚신, 노잣돈과 음식을 넣어 주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말이나 수레, 혹은 배와 같이 무언가 탈 것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타계(他界)로의 여정, 강을 건너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 강이 흐른다는 생각은 세계 각지의 신화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세계관 중의 하나다. 저승의 다른 이름인 황천(黃泉)은 이름 자체에 이미 깊은 땅속 동굴과 물의 상징이 담겨 있다. 불교 세계관과 만나면서 황천길에 있는 삼도천(三途川)을 황천강이라 불렀고 ‘황천강을 건넌다’는 말이 죽는다는 의미가 됐다. 

우리나라의 무조(巫祖) 바리데기 설화에는 황천강을 건너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리공주는 오구대왕의 일곱 번째 딸로 태어나 구박데기 취급을 받다가 부모로부터 버림받는다. 열다섯 살이 되던 해 우여곡절 끝에 친부모를 찾지만 자신을 버린 아버지는 불치병에 걸리고 만다. 오구대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서천으로 떠난 바리공주는 황천강을 건너 모진 역경을 겪고 끝내 생명수를 구해와 아버지를 살려낸다. 죽음을 마다하지 않고 온갖 고생을 한 바리공주에게 소원을 물었는데, 바리공주는 죽은 영혼들의 저승길을 지키는 존재가 되기를 원해 그녀는 우리나라의 무조(巫祖)가 된다. 이 설화 내용의 대부분은 저승에서 겪는 바리데기의 고난 이야기이다. 황천강을 건넌다는 것은 죽음의 세계로 들어선다는 것을 의미했고, 거기서 돌아올 수 있는 존재는 최고 무당쯤 돼야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태양신의 나라인 이집트 고대 신화에도 저승강이 흐른다. 태양신 라(Rah, Ré)는 태양의 돛단배를 타고 은하수를 따라 항해한다. 동쪽에서 서쪽에 이를 때까지는 태양배가 하늘 위에 떠 있지만 서쪽 끝에 이르면 땅 밑으로 들어가 다시 한 바퀴를 돌아야 했기 때문에 낮과 밤이 생겨났다. 사람들은 태양이 지는 서쪽 땅을 죽음의 땅으로 생각했기에 피라미드를 비롯해 무덤 대부분을 나일강 서안에 건설했다. 서쪽 지평선 끝에 도달한 태양의 배는 수많은 망자의 혼령을 싣고 두아트(Duat)라는 계곡을 지나야 했는데, 이 죽음의 계곡에는 어둠의 세계를 지키는 아펩(Apep)이라는 거대한 뱀이 살고 있어 태양신은 매일 이곳을 지날 때마다 뱀과 치열한 전투를 벌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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