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사유상] 사유하는 태자와 마왕, 관음과 미륵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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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사유상] 사유하는 태자와 마왕, 관음과 미륵보살
  • 유근자
  • 승인 2023.05.2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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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라와 중국 미술 속 사유상
사진 1. 염부수 아래 첫 선정에 든 가부좌 자세를 한 싯다르타 태자상, 간다라(2~3세기), 파키스탄 라호르 박물관 소장. 송봉주 제공 

반가사유상은 오른손을 뺨에 대고 한쪽 다리를 반대편 다리 위에 걸치고 사유하는 자세로 앉아 있는 상을 말한다. 현재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2층 ‘사유의 방’에 전시된 일월식보관 반가사유상과 삼산관 반가사유상은 삼국시대 반가사유상 가운데 대표작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공존했던 7세기경에는 100여 년간 반가사유상이 집중적으로 조성됐다. 반가사유상은 크게 ‘태자사유상(太子思惟像)’과 ‘미륵보살상(彌勒菩薩像)’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3세기경 간다라에서는 미륵보살상 대신 관음보살상이 반가사유상으로 처음 조성됐다. 그렇다면 깊은 선정에 든 모습을 한 사유상은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을까? 

그 기원은 인도의 초기 미술에서 찾을 수 있다. 즉 기원전 2세기에서 기원전 1세기경에 조성된 중인도 바르훗(Bharhut) 대탑에서 시작된 사유 자세 도상은, 월지족이 세운 쿠샨 제국의 간다라 미술에서 다양한 도상으로 등장했다. 간다라 불전미술(佛傳美術)에서는 싯다르타 태자, 마왕, 야소다라의 아버지 등 다양한 인물이 사유 또는 반가사유상으로 표현됐었다. 또한 관음보살이 반가사유상으로 조성된 것도 2~3세기경 간다라와 마투라 미술에서부터다. 반가사유상이 미륵보살상으로 표현된 중국, 우리나라, 일본의 경우와는 다른 흐름이다.

간다라의 영향을 받은 중국에서도 반가사유 자세의 상은 싯다르타 태자사유상과 미륵보살상 그리고 미륵수행자로 조성됐다. 인도와 중국 미술 속 반가사유상의 기원과 전개를 다룬 대표적인 논고로는 『인도미술사』를 저술한 미야지 아키라(宮治 昭)의 글을 들 수 있다(「半跏思惟像の成立と展開」, 『インド仏敎美術史論』, 中央公論美術出版, 2010). 

간다라와 중국 불전미술에 나타난 반가사유상 도상을 석가여래의 일대기를 통해 살펴보자.

사유하는 싯다르타 태자

간다라와 중국 불전미술 속 싯다르타 태자가 반가사유상으로 표현된 예로는 염부수 아래 첫 선정에 든 장면에서다. 간다라에서는 두 손을 아래위로 겹친 선정인(禪定印)을 한 모습(사진 1)과 반가사유 자세(사진 2)로 표현된 경우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가 후자보다 많은 편이다. 대부분의 불전 경전에서는 싯다르타 태자가 염부수 아래 첫 선정에 들었을 때 가부좌를 맺고 앉아 있는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내용대로라면 사진 1의 선정인 자세로 결가부좌한 싯다르타 태자 모습이 어울린다. 그러나 『수행본기경』의 내용은 사유상이 등장하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태자는 염부수 아래 앉아서 밭갈이하는 것을 보았다. 흙덩이가 부서지면서 벌레가 나왔다. 그러자 까마귀가 따르면서 쪼아 먹었고, 또 개구리는 지렁이, 뱀은 개구리를, 공작은 뱀을, 매는 공작을, 독수리는 매를 잡아먹었다. 싯다르타 태자는 중생들이 서로 잡아먹는 것을 보고 인자한 마음으로 가엾이 여기면서 나무 아래서 제일선(第一禪)을 얻었다. 햇빛이 빛났기 때문에 나무가 태자를 위하여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 『수행본기경』 중에서

눈앞에 펼쳐진 약육강식의 세계를 경험한 싯다르타 태자가 고통으로부터 헤어 나올 방법을 모색하는 장면으로는 사유하는 자세가 선정인의 태자사유상보다 더 잘 어울린다. 사유하는 싯다르타 모습은 북위(386~534) 때 개창된 용문석굴 보태동에서도 그대로 수용됐다(사진 3). 반가사유 자세로 중생계를 걱정하는 싯다르타와 무릎을 꿇고 앉은 정반왕의 모습(사진 2, 3)에서 태양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신들의 도움으로 태자에게 나무 그늘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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