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사유상] 같은 듯 다른 두 분의 반가사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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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사유상] 같은 듯 다른 두 분의 반가사유상
  • 주수완
  • 승인 2023.05.2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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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식보관 vs 삼산관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전시된 일월식보관 반가사유상(좌)과 삼산관 반가사유상을 관람하는 사람들. 사진 유동영

‘사유’하는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은 해마다 교체 전시하던 국립중앙박물관의 중요 전시품인 두 구의 반가상을 ‘사유의 방’을 만들어 이제는 나란히 함께 전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지 좀 더 장식적이고 화려한 반가상과 단순하면서 수수한 반가상 정도로 구분됐지만, 이제는 나란히 비교되면서 그 차이점과 유사점이 더 잘 드러나 보인다. 느낌은 오지만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두 반가상 각각의 매력을 글로 풀어보려고 한다. 그 매력의 키워드는 물론 ‘사유’다. 시각 미술은 기본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을 묘사하지만, 예술가들은 그 보이는 것을 통해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사유’라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골똘히 생각할 때 사람들이 흔히 하게 되는 자세’를 통해 암시적으로 드러내려고 한 것이 반가(半跏)한 상태로 한 손으로 턱을 괴거나 얼굴에 갖다 댄 모습이다. 고대 서아시아에서부터 근대의 조각가 로댕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와 유사한 자세들이 ‘생각하기’의 대표적인 자세로 사용됐다는 것은 무척 흥미롭다. 

‘사유’, 혹은 ‘생각하기’라는 단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동적인 느낌보다는 정적인 느낌이다.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생각에 온 정신이 몰두해 있기 때문에 사유 이외의 육체적 움직임에는 신경을 쓸 수 없다. 그래서 반가사유상들은 대부분 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이렇게 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서는 반가한 자세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불안정한 자세는 곧 흐트러질 것이고, 그 흐트러짐은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대한 안정적이어야 그 사유가 방해받지 않고 오래 지속되리라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반가하고 턱을 괸 듯한 자세는 그 자체로서는 불안정한 자세다. 많은 종교 예술품이 좌우대칭을 추구하는데, 반가사유의 자세는 이미 비대칭적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이러한 자세를 취해보면 그다지 안정적인 자세가 아님을 바로 알 수 있다. 잠시 생각하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오래 앉아 있기에는 불편한 자세다. 

특히 일반적으로 선정에 든 부처를 묘사한 결가부좌한 자세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불안정한 자세이면서도 안정감 있게, 정적인 느낌을 어떻게 줄 것인가’를 고민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반가상 감상의 첫 번째 포인트다. 

이처럼 생각하는 사람의 자세로 ‘생각 중’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시각화할 수는 있지만, 그다음 문제는 사유의 깊이와 방향이다. 생각에 몰두하는 듯한 자세가 ‘사유’를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그 생각의 깊이와 방향은 단순히 자세만으로는 드러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나 사유하는 동안 몸은 멈춰 있을지라도 생각은 매우 역동적으로 흐르고 있다. 이 생각의 흐름, 사유의 진행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것이 반가상 감상의 두 번째 포인트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두 반가상을 살펴보면 조금 더 작가의 의도에 다가설 수 있다.

일월식보관 반가사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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