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말로 몰랐던 제주불교] 제주 바다 보살피는 영등할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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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말로 몰랐던 제주불교] 제주 바다 보살피는 영등할망
  • 김남수
  • 승인 2023.02.2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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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할망과 관음보살
영등할망신화공원 석상들. (왼쪽부터)영등하르방, 영등할망, 영등대왕.

제주는 신화의 땅이다. 제주를 대표하는 설문대할망, 탐라 개국 신화가 깃든 삼성혈이 가장 많이 알려졌다. 거대한 몸짓과 과장된 표현이 깃든 설문대할망은 제주도를 탄생시킨 여신이다.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우면 다리가 제주시 앞바다 섬에 걸쳐진다. 어디선가 흙을 담아 제주도를 만들었고, 마지막 부은 것이 한라산이 됐다고도 한다. 

또 한 명의 여신이 있으니 영등할망이다. 바다를 지켜주는 여신이다. 영등할망을 살피면 제주의 신화가 불교와 만나는 지점을 알 수 있다.

제주 바다 멀리 외눈배기섬이 있었다. 그들은 눈이 하나만 있고, 표류하는 어부를 잡아먹는 식인국 사람들이다. 한 고깃배가 풍랑을 만나 외눈배기섬으로 표류했다. 영등할망은 어부들에게 “가남보살 가남보살”을 부르게 하고, 그들은 영등할망의 도움으로 고향으로 오게 됐다. 어부들은 육지가 나타나자 안심하여 ‘가남보살’을 부르지 않았다. 재차 풍랑이 일어나고, 그들은 다시 외눈배기섬으로 돌아간다.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어부들은 재차 영등할망의 도움으로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정작 영등할망은 외눈배기들에게 잡혀 죽임을 당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영등신화가 관음신앙과 연결된다는 것이다. 영등할망은 해수관음에 비교되며, 어부들이 부르는 ‘가남보살’은 ‘관세음보살’ 염불을 일컫는다. 표류하는 어부를 잡아먹는 외눈배기섬 사람들은 아귀(餓鬼)다. 배는 태산처럼 크지만 목구멍이 바늘구멍처럼 작아서 항상 배고픔과 갈증에 시달리는 아귀를 빗댔다. 

어부들을 살리는 대신 외눈배기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 영등할망은 바람이 되어 제주를 찾는다. 매년 음력 2월 1일 제주를 찾아 음력 2월 15일 거처로 돌아간다. 신이 된 영등할망은 어부와 해녀들에게 풍요를 내린다. 그래서 제주인들은 음력 2월을 ‘영등달’이라고 한다. 영등할망이 돌아가기 전에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지 않는다. 음력 2월에 영등굿을 하며 영등할망을 기린다.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 전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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