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말로 몰랐던 제주불교] 제주 신화와 만난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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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말로 몰랐던 제주불교] 제주 신화와 만난 불교
  • 이병철
  • 승인 2023.02.2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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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들의 ‘해원(解冤)’ 푸는 제주 신앙
눈 덮인 한라산. 제주는 한반도에서 가장 큰 섬이며, 한라산은 남녘의 가장 높은 산이다. 

‘절오백 당(堂)오백’이라는 표현은 제주도 신앙의 특징을 대표하는 말이다. ‘절에 가듯 당에 가고, 당에 가듯 절에 가는’ 비승비속(非僧非俗)적인 무불융합의 형태로, 민간신앙과의 공존과 융화라는 제주 불교의 특징을 잘 설명해준다. 

현재까지도 전승되는 제주도 영등굿 속에는 생불, 전륜대왕, 지장 등 불교의 불보살들이 신으로서 기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제주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 배우고 얻은 세계관이다. 제주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삶, 막힌 혈관 속의 문제를 풀어줌으로써 피를 흐르게 하는 ‘풀림’이 없다면 믿음이 될 수 없었다. 불교가 제주에 전래돼 무속과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신기도

제주는 섬과 한라산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산신기도가 제주인들의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 독특한 신앙문화로 자리 잡았다. 한라산은 민족의 영산이다. 제주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이래 제주 사람들에게 한라산은 곧 제주도다. 역사, 자연, 전설까지도 한라산과 함께 공유한다. 그래서인지 한라산 주변으로 수많은 사찰이 있고, 대부분 사찰의 이름 앞에는 한라산이 붙는다. 산신신앙은 불교 세계 속으로 들어와 재물과 수명, 그리고 복덕을 관장하면서 도량을 수호하는 신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찰에 따라 산신각 혹은 삼성각에 봉안되거나 대웅전 등에 탱화로 모셔졌으며, 대부분 사찰에서 산신기도를 봉행한다.

한라산 곳곳에는 화산활동으로 생긴 원뿔형의 작은 화산인 ‘오름’이 한라산을 외호신장하고 있으며, 품 안에 안기듯 솟아 있다. 오름 중에는 불교와 관련된 이름이 많다. 영실 부근에 자리해 존자암을 관장하는 불래오름, 그리고 성불오름, 법정악오름, 극락오름, 바리메오름 등 불교와 민간신앙의 터로 민초들의 삶에 자리해 왔다.

 

안택기도

제주에는 새해 정초만 되면 가정에서 스님을 모시고 불공하며, 1년 동안 집안의 안녕을 기원하는 안택기도가 아직도 행해지고 있다. 예로부터 무당이 하던 안택기도를 제주에서는 스님을 모시고 행하는 일이 많았다. 1702년 목사 이형상의 훼철 이후 200여 년의 무불(無佛)시대가 막을 내리고 1909년 안봉려관 스님이 관음사를 창건한 후, 제주도에 사찰과 승려가 늘어나고 불교를 신앙하는 것이 활성화되면서 기존의 신앙 양상이 불교식으로 바뀌어 갔다. 

고려시대에는 왕실과, 조선시대에는 민간신앙과 불교가 만나 그 명맥을 유지했는데, 제주는 안택기도가 그 역할을 했다. 제주에서 진행되는 안택기도를 보면, 민간신앙이 다시 불교 양식으로 바뀌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민간신앙의 영역인 집안의 문전신, 조왕신, 토지신 등에 대한 제사를 스님이 봉행하는데, 불교 경전을 독송하는 점이 민간신앙과 차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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