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가족] 싯다르타를 기른 마하빠자빠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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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가족] 싯다르타를 기른 마하빠자빠띠
  • 이미령
  • 승인 2024.04.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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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첫 번째 비구니 제자
마하빠자빠띠가 정반왕과 함께 싯다르타를 키우는 모습. 『석씨원류응화사적』의 「이모양육(姨母養育)」, 동국대학교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

마하마야 왕비의 뒤를 이어

내 이름은 마하빠자빠띠 고따미. 붓다의 제자요, 싯다르타 태자의 어머니입니다. 

사람들은 싯다르타의 어머니라면 늘 마하마야를 떠올립니다. 맞습니다. 마하마야 왕비가 싯다르타를 낳았습니다. 나는 그녀의 동생이고, 언니와 나는 함께 숫도다나왕의 신부가 됐지요. 내 언니 마하마야가 제일 왕비였고, 나는 그 곁에서 함께 지냈습니다.

언니 마하마야는 왕비로서 품격 있고 우아했으며 행동거지가 반듯했습니다. 어쩌면 그런 언니의 모습에 반해서 숫도다나왕이 청혼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니와 숫도다나왕 사이에는 오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이 전해졌지요. 마침내 출산 시기가 임박해지자 언니는 우리의 고향 꼴리야 성으로 돌아가던 도중 룸비니 동산에서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날 숲의 나무들은 아름다운 꽃을 피워냈고 향긋한 꽃내음이 은은하게 진동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언니는 출산한 지 이레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숫도다나왕은 아들을 얻은 기쁨을 만끽할 사이도 없이 사별의 슬픔에 잠기고 말았지요. 왕은 서둘러 내게 싯다르타의 어머니가 되어 왕자를 보살피라는 명을 내렸습니다.

사실 나 역시 막 아들 난다를 낳은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내 아들 난다는 유모에게 맡기고 나는 오로지 싯다르타의 양육에 전념했습니다. 그 심성 곧고 아름다운 언니가 살아 있었다면 그토록 기다리던 자식에게 어떻게 사랑을 담뿍 담아 키웠을지를 상상하면서 나는 싯다르타를 키웠습니다. 싯다르타 왕자가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은 그 누구도 아닌, 이모이자 계모인 나 마하빠자빠띠의 무릎이었지요.(『대불전경』)

싯다르타는 참으로 반듯하고 아름다운 소년이었습니다. 영특했고 다정한 성격이어서 궁중의 누구라도 그를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싯다르타가 혼자 조용히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사람들 속에서는 한없이 다정다감했지만 그의 표정과 몸짓에서는 고독 속에 머물러 있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숫도다나왕은 왕자의 행동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던지 장차 왕위를 물려받을 때까지 세상의 권력과 명예와 강자의 쾌락을 한껏 안겨주려 했습니다. 부모의 말을 거역하지 않는 싯다르타는 부왕이 제공하고 허용하는 것들을 거부하지 않고 수용했습니다. 심지어 결혼 즈음해서 성인이 되어 여러 궁전에 궁녀들과 머물며 쾌락에 잠기도록 부왕이 유도할 때조차도 묵묵히 받아들였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자꾸만 가슴 한편이 서늘해졌습니다.

‘아, 저런 삶은 내 아들 싯다르타가 원하는 것이 아닌데….’

싯다르타는 궁중에서 누리는 온갖 쾌락에 젖어 있을 때조차 어딘가 먼 곳을 응시하거나 다른 것을 깊이 생각하는 듯 보였습니다. 자신의 길은 권력과 명예의 왕자(王者)가 아니라 궁이 아닌 숲에서 머무는 구도자임을 스스로에게 인지시키고 있는 것만 같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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