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발발 430년’ 스님들은 왜 칼을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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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발발 430년’ 스님들은 왜 칼을 들었나
  • 최호승
  • 승인 2022.03.3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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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전쟁 중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오래전부터 전쟁이나 내전을 겪는 곳도 있다. 미얀마에서는 작년 2월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탄압 중이고, 작년 8월 미군이 떠나면서 탈레반 정권이 들어선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난민은 260만 명이고, 2020년 11월부터 지역 정부와 중앙 정부가 내전을 벌이는 에티오피아에서는 구호물자를 받지 못해 40만 명이 굶어 죽을 위기에 놓였고, 예멘에서는 무장 반군이 정부에 반기를 들며 내전이 일어났다.

무고한 인명이 살생의 업화(業火)에 휩싸였다. 전쟁은 인간의 숙명일까? 지금 여기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자문하는 당사자가 불살생계(不殺生戒)를 받은 스님이라면? 430년 전 4월(음력), 스님은 ‘호국이냐, 수행자 본분사이냐’라는 화두와 맞닥뜨렸다. 7년간 한반도를 살생의 업화로 뒤덮은 임진왜란에서 조선의 스님들은 왜 칼을 들어야만 했을까?

불광미디어(대표 류지호)가 ‘칼을 든 스님’을 주제로 월간 「불광」 통권 570호(2022년 4월)를 발간했다. 월간 「불광」은 임진왜란 발발 430년을 맞아 ‘임진왜란과 승군(僧軍)’에 주목, ‘전쟁 참여와 수행자의 본분사 지키는 일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자문했다. 그리고 전투에 참여한 스님들, 승군이 참여한 주요 전투, 전쟁과 살생 사이에 놓인 스님들의 고뇌, 한국불교의 이정표가 된 서산대사, 임진왜란 이후 승군의 역할, 이순신과 함께한 의승수군, 왜군과 함께 온 일본 스님들, 전쟁 참여와 불살생계 등 화두에 답이 될만한 다양한 글과 사진으로 한 권을 채웠다.

불교 전문사진가 유동영 작가는 국가 존망의 보루였던 산성을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 동래성, 진주성, 금성산선, 독산성, 행주산성, 파사성, 석주관성, 입암산성, 회령진성 등 그 안의 중심이었던 승군의 이야기를 사진 위에 입혔다.

이번 특집 ‘칼을 든 스님_임진왜란과 승군’에는 임진왜란 전문가들이 필력을 더해 읽는 맛이 깊다. ‘임진왜란 발발과 전투에 참여한 스님들’을 쓴 박재광 건국대 박물관 학예실장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나타난 승군 활동을 조명하고 위상과 의미를 찾았다. 전쟁기념관 학예연구관, 교육팀장 등을 지냈고, 임진왜란을 비롯해 조선시대 전쟁과 전술 그리고 무기 발달 등 우리 민족의 대외 항쟁사와 이순신, 권율, 사명당 등 전쟁 영웅에 관심을 두고 연구 폭을 넓혀가는 내공을 이번 글에 실었다.

‘억불 시대의 승군, 불교를 일으키다’는 오경후 동국대 불교학술원 조교수가 썼다.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한국불교사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한 그는 당시 조선의 상황에서 호국, 국가재건, 사회경제, 호국불교 선양 등 ‘승군의 불교사적 가치’를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임진왜란에서 빠지지 않는 영웅의 서사가 있다. ‘왜란종결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다. 그와 함께 전쟁에 나섰던 스님들, 의승수군도 있다. 영화 <명량>에서 등장한 의승수군은 송은일 전남대 이순신해양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이 재조명했다. 누란의 위기에 처한 국가를 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전라좌수영 소속 의승수군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에 주목했다.

임진왜란 이후 승군은 어떻게 됐을까? 이 의문은 박현욱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재연구원 문화유산팀 선임연구원이 풀었다. 북한산성 성곽조사와 세계유산등재 추진 업무를 진행 중인 베테랑 연구원인 그는 남한산성과 북한산성 축조와 수비를 맡은 스님과 산성 안 승영사찰을 세세하게 정리했다.

조총으로 무장한 일본군과 현해탄 건너 조선으로 들어온 일본 스님들도 있었다. <서정일기>, <조선일기>, <숙로고>, <조선일일기> 등 종군기록을 남긴 일본 스님들의 정서와 그 기록의 평가를 ‘역사 덕후’ 신성민 현대불교신문 취재부장이 흥미롭게 풀어썼다.

그렇다면 전쟁과 스님이 지켜야 하는 불살생계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칼을 든 스님’들의 고뇌는 불학연구소 소장을 지내고 대승불전연구소에서 경전 연구 중인 교육아사리 정운 스님이 헤아렸다. 서산대사의 제자 중 전쟁에 참여한 스님들과 수행자의 본분사를 지킨 스님들의 고민과 행보에 담긴 의미를 출가수행자 스님의 관점에서 바라봤다. 재가자는 어떻게 바라볼까? 계율에 나타난 식문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계율을 바탕으로 불교문화를 연구하는 한수진 동국대 불교대학 강사는 비폭력과 살생이 불교에 어떤 화두를 던졌는지 가늠했다.

이번 특집에서 눈여겨 볼만한 쏠쏠한 팁도 풍부하다. 청주성과 평양성 탈환, 행주대첩, 석주관 전투 등 ‘승군이 참여한 주요 전투’, 73세임에도 의승군 결성을 주도한 서산대사, 이순신 장군과 함께 싸웠던 의승수군 주둔지 여수 흥국사와 이들을 기리는 사찰 석천사, 『이순신의 7년』을 집필한 정찬주 작가 인터뷰는 임진왜란과 승군을 이해하는 지식을 풍부하게 한다.

다양한 사진과 도판은 임진왜란과 승군을 바라보는 시선에 재미와 흥미를 더한다. 서산대사, 사명대사, 영규대사, 처영대사 진영을 비롯해 산성들, 정조가 친히 지은 <서산대사화상당명병서>(보물), <동래부 순절도>, <부산진 순절도>, 서산대사의 신발로 전해오는 유품, 순천왱성 전투와 노량해전 등 장면을 명나라 시각에서 그린 병풍 <정왜기공도병> 등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사진들이 실렸다.

이밖에 월간 「불광」 추천 이달의 사찰 순례 저절로 소확행#에서는 ‘산사 길목에 진분홍 치맛자락, 진달래’를, 불광초대석에는 ‘사성제·팔정도로 평택에 불법 주춧돌 놓은’ 법현 스님을 만날 수 있다. 화제의 연재 ‘그림 속에서 찾은 사성제 이야기’에서는 반 고흐의 작품 세계와 고뇌를, ‘근현대 스님 되돌아보기’에서는 경봉 스님의 맏상좌 벽안 스님의 삶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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