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든 스님] 임진왜란과 종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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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든 스님] 임진왜란과 종군승
  • 신성민
  • 승인 2022.03.2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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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군과 함께 온 일본 스님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 1536~1598).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임진왜란은 1592년부터 1598년까지 약 7년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전쟁을 말한다. 7년의 전란 동안 조선의 스님들은 스스로 ‘의승군’이 돼 강토를 침범하는 외적과 맞서 싸웠다. 의병의 전사(戰史)에 가려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불교계를 중심으로 조선 의승군의 역할을 새롭게 조명하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침략군이었던 일본군 진영에도 스님들이 있었다. 왜군의 진영에서 7년 전쟁의 한 부분을 담당했던 일본의 스님들은 누구일까. 

 

히데요시를 보좌한 스님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 1536~1598)는 자신의 보좌로 승려들을 중용했다. 임제종 쇼코쿠지(相國寺) 주지 사이쇼 죠타이(西笑承兌, 1548~1607), 난젠지(南禪寺) 주지 겐포 레이산(玄圃靈三), 도후쿠지(東福寺) 주지 이쿄 에이테츠(惟杏永哲)가 대표적 인물이다. 이들은 모두 교토 선종 고산(五山)의 명망 높은 승려들로, 히데요시의 명령으로 정치 자문이나 외교문서의 기초를 담당하거나 사신으로도 활동했다. 전쟁 과정에서는 히데요시를 따라 침략 전진기지인 큐슈의 나고야에서 머무르며 자문 역할을 했다. 

승려들이 막강한 권력을 가진 히데요시의 자문 역할을 할 수 있던 것은 히데요시가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文盲)’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문무를 겸비했던 조선의 장수들과는 달리 전국시대 일본의 무관은 오로지 전쟁 기술 하나만 뛰어나면 된다는 인식이 컸고, 평민 출신 히데요시는 오다 노부나가의 총애를 받아 밑바닥부터 올라온 인물이어서 글 자체를 배울 일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당시 정치·외교 문서 작성에 능하고, 주자학에도 밝았던 교토 고산의 선종승들이 히데요시와 성주들의 눈에 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임진왜란에서는 참모 등의 역할로 종군(從軍)했던 것이다. 

 

종군기록을 남긴 일본 스님

실제 조선을 침공한 왜군 무장들은 각각 승려를 대동해 전투에 참가했다. 제1군 소요시 토시(宗義智, 1568~1615)와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 ?~1600)를 묘신지(妙心寺)의 텐케이(天荊)와 세이후쿠지(聖福詩)의 게이테츠 겐소(景轍玄蘇, 1537~1611)가 각각 수행했다.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 1562~1611)와 함께 제2군의 장수였던 나베시마 나오시게(鍋島直茂, 1538~1618)는 타이인(泰長院)의 제타쿠(是琢)가, 제6군 고바야카와 다카카게(小早川隆景, 1533~1597)는 안코쿠지(安國寺)의 에케이(惠瓊, ?~1600)가 보좌했다. 제7군 모리 데루모토(毛利輝元, 1553~1625)에게는 만넨젠시(萬年禪師)와 슈쿠로 산가쿠(宿蘆俊岳)라는 승려가 있었다. 2차 침공이었던 정유재란에는 제2군 오타 카즈요시(太田一吉, ?~1617)의 의승(醫僧)으로 수행한 안뇨지(安養寺) 주지 게이넨(慶念, 1636~1711)이 종군승(從軍僧)으로 참여했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서 종군승으로 참여한 이들은 어디까지나 참모나 보좌 역할이었지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는지 전쟁의 과정이나 당시 소회를 글로 남길 수 있었다. 

소요시 토시를 수행한 텐케이는 <서정일기(西征日記)>를, 나베시마 나오시게를 보좌한 제타쿠는 <조선일기(朝鮮日記)>를, 모리 데루모토의 종군승 슈쿠로는 <숙로고(宿盧稿)>를 남겼다. 정유재란에서 종군한 게이넨은 일본 전통 가요인 와카체 일기인 <조선일일기(朝鮮日日記)>를 썼다. 이들의 종군일기는 당시 종군승들이 어떻게 전쟁에 참여했고, 어떤 역할을 했으며, 어떤 마음으로 전쟁을 바라봤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자료다. 종군기에 나타난 몇몇 인물들의 행적들을 쫓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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