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 관세음의 진신주처眞身住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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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 관세음의 진신주처眞身住處
  • 박은경
  • 승인 2021.09.3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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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의 이미지 

어둠 속에서 금빛 무늬의 투명한 베일을 걸치고 신비로운 빛을 발하는 신이 있다. 세상의 소리, 세음(世音)을 관(觀)하는 관세음보살이다. 관음은 자연생태 숲의 동굴 속 바위에 앉아 설법하거나 고요히 명상에 잠긴다. 더욱이 자신을 애달프게 찾는 이들에게는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두루 살펴본다. 이 같은 관음의 이미지를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는 까닭은 고려 수월관음도의 돋보이는 존재감 때문이기도 하다. 

고려 수월관음도를 보면, 동굴 속 바위에 앉은 관음은 크게, 건너편에 자리한 선재동자는 작게 그려져 있다.(그림 1, 2) 그러나 그들 사이에 진한 교감이 느껴진다. 관음은 화려한 보관을 쓰고, 몸에 영락과 팔찌 등의 장신구를 걸쳤다. 붉은색 치마에는 작은 꽃잎이 그려진 육각형 무늬를 바탕으로, 그 위에 둥글고 큼직한 연꽃과 연잎 무늬가 놓여있다. 머리 위에서부터 드리워진 하얗고 투명한 베일은 관음의 전신을 감싸고 아래로 길게 흘러내린다. 게다가 이 베일은 매우 가는 하얀 선묘로 그리고, 그 위에 금색으로 봉황이나 구름 무늬, 혹은 동그란 넝쿨무늬 등이 그려져 있어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이 베일은 관음의 고결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림 1. 수월관음보살도, 고려 14세기, 개인  소장.
그림 2. 수월관음보살도, 고려 14세기,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관음의 발 언저리에 퍼져있는 수면으로부터 연꽃이 피어나고, 그 물가에는 금빛 모래, 붉은 산호, 홍백 환주, 푸른 천연석 등의 보물이 곳곳에 자리한다. 관음이 거주하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자연생태 공간을 펼쳐 보이는 듯하다. 한편 관음의 건너편에는 어린아이의 모습인 선재동자(善財童子)가 두 손 모아 관음을 경배하고 있다.(그림 3)

그림 3. 그림1의 ‘선재동자와 수면’ 확대 부분. 

 

관세음보살의 진신이 머무는 곳 

선재는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기 위해 선지식인(善知識人) 관음이 머무는 곳을 향해 힘겹게 찾아간다. 그곳은 과연 어디일까? 둘의 만남에 대해서는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기술하고 있다. 

60권 『화엄경』(구역화엄경, 진경晉經)
선재동자는 … 광명산(光明山)에 이르러 산에 올라가 관세음보살을 두루 찾으니, 그가 산 서쪽 언덕에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거기는 곳곳에 흐르는 샘물과 못이 있고 숲은 우거졌으며 풀은 부드러웠다. 관세음보살은 가부좌를 하고 금강보좌에 앉아 있었는데 무수한 보살들이 그를 공경하며 호위하고 있었다.

 80권 『화엄경』(신역화엄경, 당경唐經)
남으로 가면 보달락가산(補怛洛迦山)이 있고, 거기에 관자재(觀自在)라는 보살이 있다. 그를 찾아가서 보살은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며, 보살도를 닦는지를 물으라 … 골짜기에 시냇물이 굽이져서 흐르고 수목은 우거져 있으며 … 관자재보살이 금강석 위에 결가부좌로 앉았고, 한량없는 보살들도 보석 위에 앉아서 공경하여 둘러 모셨으며, 관자재보살이 대자대비한 법을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게 하고 계시었다.

60권 『화엄경』에서는 관음의 진신처 보타락가(potalaka)를 광명산(光明山)이라 언급하고, 샘물과 못이 있고 우거진 숲에 관음이 금강보좌에 앉아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즉, 관음의 머무는 곳 potalaka를 밝고 환한 광명산(光明山)이라 의역한 것이다. 80권 『화엄경』을 비롯해 40권 『화엄경』에서는 ‘potalaka’를 ‘布呾洛迦山(포달락가산)’ 혹은 ‘補陀落迦山(보타락가산)’이라 한역하고 있다. 이 두 곳 모두 산스크리트 potalaka를 그대로 음역한 것으로 동일한 보타락가산을 말한다. 결국 관음의 진신처가 있는 곳은 보타락가산이며, 일명 환하게 빛나는 곳으로 광명산을 말한다. 선재동자가 선지식인 관음을 찾아 힘겹게 다다른 곳은 관음의 진신처(眞身處) 보타락가산의 자연생태 숲속의 돌로 이뤄진 관음궁이었다. 

그런데 관음의 진신처인 보타락가산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당나라 승려 현장(602~664)이 펴낸 『대당서역기』다. 현장은 서역에서 불경을 구해 645년 수도 장안으로 돌아와 경전을 한역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가 체험했던 인도 여행기 『대당서역기』(12권, 646년)도 찬술했다. 『대당서역기』 제10권에 인도의 potalaka와 주변 지형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내용 일부를 요약하면, 인도의 남쪽 말라야산(秣刺耶山)이 있고 그 산의 동쪽에 ‘布呾洛迦山(포달락가산)’이 있다. 험난하고 가파른 암곡의 산 정상에 거울처럼 맑은 연못이 있고, 연못 옆에 돌로 만들어진 천궁에 관자재보살이 오가며 머문다. 보살을 만나기 위해 목숨을 각오하고 물을 건너 산을 오르는 자들은 극히 적으나, 산 밑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관음을 뵙기를 원한다면 그 소원을 들어준다고 기술하고 있다. 

결국 관음의 진신처가 머무는 ‘보타락가(potalaka)’는 인도 남쪽에 있는 산으로, 우거진 수목과 꽃향기, 그리고 광명으로 가득 찬 곳임을 알 수 있다. 산 정상에 못과 시냇물이 흐르고, 관음궁이 있다. 이곳에서 관음은 금강석 위에 앉아 명상에 잠기거나 설법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관음의 진신이 머무는 곳, 남인도의 보타락의 관음에게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고픈 열망은 중국과 한국으로 관음신앙이 유포되면서 새로운 보타락 성지(聖地)를 탄생시켰다. 그 중 대표적인 성지가 바로 중국 주산열도의 보타산과 한국의 낙산성굴(洛山聖窟) 이다.

낙산사 홍련암과 관음굴.
홍련암 법당 내부에서 내려다보이는 관음굴.

중국 절강성 보타산 관음

보타산은 동중국해 근처 절강성 명주항에서 가까운 주산열도에 속한다. 명주항과 인근 지역은 9세기 중엽을 전후한 시기부터 한중교섭의 중심지였고, 재당 신라 상인들의 무역의 중심 무대가 된 곳이었다. 동중국해의 보타도를 경유해 남해항로를 타면 동남아시아로 향하는 바닷길이 열렸다. 이처럼 해상교통이 발달함에 따라 절동의 보타산은 중요한 요충지였고, 당나라 말기에는 이미 보타산 조음동이라 불리는 바위굴에 관음상이 안치되어 ‘관음굴’이라 불렸다. 『불조통기』에 절동의 보타락산은 대해(大海) 가운데 있고, 그 산에 조음동이 있어 바닷물을 밤낮으로 머금었다 토하며 큰 소리를 낸다고 기술하고 있다. 실제 보타산의 조음동은 바로 바닷가 가파른 절벽에 위치한 동굴로, 근처에는 불긍거관음원(不肯去觀音院)이 자리하고 있다. 보타산 관음은 해난(海難) 구제의 신으로서 항해자들 간에 신앙의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주산열도 보타산을 실경에 입각해서 그린 불화가 전해진다. <보타락산성경도(補陀落山聖境圖)>(원대 14세기, 일본 조쇼지定勝寺 소장) 그림으로, 화면에 보타산에 위치하는 80개소의 특정적인 랜드마크를 장면마다 각각 기입하고 있다. 특히 화면 상단에 ‘보타락가산관음현신성경(補陀落迦山觀音現神聖境)’이라는 글자와 함께 진신 관음의 모습을 묘사하고, 그림의 아래쪽 우측에는 ‘조음동(潮音洞)’ 동굴 명칭과 함께 동굴 속에 나타난 관음의 모습도 표현하고 있다. 

중국 주산열도 불긍거관음원과 조음동 일대.

한국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당나라 유학에서 돌아온 의상 대사가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동해 절벽의 홍련암 동굴에서 진신 관음과의 영적인 만남을 이룬다. 그런 까닭에 서역의 potalaka에 버금가는 한국의 낙산 성지가 등장한 것이다. 

한・중 관음 성지 모두 바다가 확 트인 곳에 관음 성굴이 자리하여 보타락 관음정토세계를 구현했다. 이 같은 위치는 바다로부터 각종 재난을 해소하는 신앙처로서도 천혜의 위치였을 것이다. 관음성지로 영성을 지닌 한중 potalaka는 지금도 문화생명력이 지속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설레는 마음을 품고 찾아가는 관음의 진신이 머무는 곳이다. 

 

●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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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방, 『수월관음의 탄생』, 글항아리, 2013. 
菊竹淳一·鄭于澤(편), 『고려시대의 불화』, 시공사, 1997.
김강식, 「麗·宋시기의 해상항로의 형성과 활용」, 『해양도시문화교섭학』 1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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井手誠之輔, 「図版解説 長野·定勝寺所蔵 補陀洛山聖境図」, 『美術研究』 365, 1996. 
송화섭, 「중국 보타도와 한국 변산반도의 관음신앙 비교」, 『비교민속학』 35, 2008.
조영록(편), 『한중 문화교류와 남방해로』, 국학자료원, 1997. 
조영록, 「羅·唐 동해 관음도량, 낙산과 보타산-동아시아 해양불교 교류의 역사 현장-」, 『정토학연구』 17, 2012.

 

박은경
동아대 역사문화학부 고고미술사학전공 교수, 문화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불교회화를 전공하고 있으며, 저서로 『조선 전기 불화 연구』(2008 우현학술상), 『西日本 지역 한국의 불상과 불화』, 『알기 쉬운 한국미술사』, 『범어사의 불교미술』, 『영남지역 전통사찰 불전벽화의 장엄요소와 상징체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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