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멀어져갔다. 비는 흙을 외면했다. 계절이 가물었다. 장마에도 비는 짧고 굵게 내리고 떠났다. 흙의 기다림은 마른 먼지만 일으켰다.
청주 마야사로 향하는 날은 촉촉했다. 새벽까지 흙은 충분히 갈증을 풀었다. 감로수랄까? 단비였다. 5개월 전 인연의 목마름을 해결했다. 삼척 천은사 포행길을 비와 동행했던 동은 스님의 도반이 마야사에 있어서다. 청주에 있는 동은 스님의 도반을 찾아온 길에 비가 동행했다. 동은 스님의 도반이 가꿔 놓은 마야사 정원에 세 들어 사는 초목도 밤새 목을 축였다.
시인 정호승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라고 했다.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라’고 했다. 비가 물러가고 금세 따가운 햇볕이 내려왔다. 대웅전 처마 끝 풍경이 전하는 바람 소식을 초인종 삼고, 동은 스님의 그리움과 함께 마야사 정원에 들었다.
사진. 유동영
| 눈 어두워서 별이 보인다
현진 스님은 흙이 좋다. 채마밭(채소 심는 밭)이던 이곳에 터를 잡고, 2012년 5월 산문을 열었다. 도량 구석구석 스님의 손길이 닿았다. 대웅전 옆 샛길로 올라가는 작은 언덕의 룸비니 동산, 탑, 갖가지 나무와 꽃, 앞마당 잔디, 주차장에서 정원에 오르는 길에 쌓은 탑이 다 스님의 정성이다.
스님은 절 이름을 마야사로 정했다. 중생이 아프고 힘들면 토닥이는 포근하고 넉넉한 어머니의 품 같은 절을 상상했다. 그래서 부처님 낳은 마야부인의 이름을 빌려왔다. 한국에 마야사라는 절 이름이 드물어 홍보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며 스님이 웃는다.
“나이 50이 넘어가니 흙이 좋아졌어요. 신경림 시인이 ‘나이 들어 눈 어두우니 별이 보인다. 눈 밝아 보이지 않던 별이 보인다’고 했는데, 그런 나이 즈음에 이곳에 왔습니다. 눈 밝고 기운이 넘쳐 바빠서 여유가 없어 하늘도 못 보고 별을 지나쳤던 시기를 지나서 나이 들어 눈 침침해지고 귀가 어두워지는 그럴 때요. 흙 만지고 꽃 가꾸는 일이 참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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