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금강강독회 :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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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금강강독회 :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 유윤정
  • 승인 2018.03.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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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불교 속 작은 공동체

불교 속 작은 공동체

탈종교화 시대, “작은 공동체가 희망이다”는 말이 많이 보인다. 이웃 종교에서는 이미 ‘작은교회’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불교도 마찬가지다. 작은 공동체 집단의 필요성을 느끼며 작은 공동체만이 가질 수 있는 특징에 주목하고 있다. 작은 공동체에 소속된 사람들은 모두가 친밀하다. 그들의 활동은 능동적 이며, 빠른 의사결정이 행동으로 나타난다. 작은 공동체는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단체가 아닌 참여와 소통이 가능하고 자율성이 보장된 수평적인 집단으로 움직인다. 월간 「불광」 2월호. 수행, 신행, 봉사 등 지속적으로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불교 속 작은 공동체를 만났다.

01 불광사 법등 법회 : 법등가족 서로를 비추다 / 김우진
02 정토회 일산 법당 : 우리는 행복한 수행자  / 김우진
03 움직이는 절 무빙템플의 야단법석  / 유윤정
04 금강강독회 :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 유윤정

청빈한 삶을 살며 수행자의 귀감이 되었던 청화 스님. 스님이 1989년, 서울 코엑스 국제회의장에서 법문을 할 때의 이야기다. 스님이 서울에 오셨 다는 소식에 수용인원 500명인 회의장에 2,000 여 명이 구름떼 같이 모였다. 장내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스님의 법문을 경청했다. 청화 스님은 그날 법회를 마치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대중이 많이 모이는 법회도 물론 좋지만, 몇 명이 모여 제대로 수행하는 모임이 더 필요하다.’ 청화 스님은 항상 사부대중이 모이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회의를 결성할 때는 사부대중이 동등하게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사진:최배문

|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서울 종로구 빌딩숲의 한 주상복합 오피스텔 9층. 길게 늘어선 삭막한 복도에 현관문 하나가 열려 있었다. 누구나 편히 들어올 수 있도록 일부러 반쯤 열어둔 문에서는 소란스럽지는 않지만 북적이는 소리가 들렸고, 저녁 7시가 되자 작은 목탁 소리와 예불하는 목소리가 은은하게 복도에 흘러나 왔다. 오피스텔 903호, 승우당 勝友堂 . ‘금강 金剛 불교입문에서 성불까지’ 인터넷 카페의 오프라인 모임 장소다.

‘금강 金剛 불교입문에서 성불까지 (이하 금강) ’. 금륜회 서울지부 부회장이었던 배광식 (국제포교사회 명예회장,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명예교수) 씨가 스님의 말씀을 새기며 2002년 개설한 인터넷 카페다. 청화 스님의 사상과 가풍에 따른 염불선을 널리 알리 고자 개설한 까페는 어느새 회원 수가 7천 명 (다음 기준, 네이버 카페 약 5천6백 명) 으로 늘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예불하는 이들은, 금강 카페의 오프라인 모임 ‘금강강독회’에 참가한 이들이다. 매월 둘째 주 화요일, 경전을 읽고 불서를 강독하는 모임이다. 현관에 놓인 신발을 세어보니 모두 24켤레, 작은 크기의 오피스텔에 사람이 가득했다.

“오늘은 ‘금강강독회’가 모였습니다. 까페에는 ‘금강강독회’ 말고도 다른 오프라인 모임이 여럿 운영됩니다.”

배광식 지도법사가 카페 활동으로 만들어진 오프라인 모임을 소개했다. 대표적으로는 매월 넷째 주 주말 염불선을 수행정진 하는 ‘금강정진 회’가 있다. 그리고 ‘금강심론 강독회’와 ‘금강청 년회’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다. 주로 30명 내외가 활동한다. 그 밖에도 별시에 오프라인 모임이 이어진다. 이들은 ‘염불선 천일 수행’도 하고 있다. 벌써 4차 염불선 천일 수행 중으로, 2018년 8월 23일, 1000일 수행을 회향할 예정이다. 모임은 바다를 건너 미국에서도 이어졌다. 미국에 사는 까페 회원들이 ‘미주지부’로 모여 약 10명이 함께 불서를 강독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이 세상으로 나온 것이 다. 이들은 공부모임뿐만 아니라 함께 모여 수행할 수행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마음을 내 모연하여 충남 태안에 ‘묘금륜원’이라는 수련원을 지었다. 서울도 량으로는 조계사 인근에 ‘승우당’을 마련했다. ‘사단법인 참수레’ 법인도 설립했다. 이들은 이때 모인 모연금의 액수와 사용처를 카페에 모두 투명하게 공개했다. 배광식 지도법사는 ‘당연한 일’ 이라 말했다.

“함께 모연한 공금이니까 모두가 아는 것이 당연합니다. 도반 하나하나의 마음이 모두 귀합 니다. 그래서 카페에 모두 공개했습니다.”

사진:최배문

| 141회차 금강강독회

목탁 소리에 맞춰 삼귀의와 반야심경, 보리방편 문을 합송하고 봉독하는 것으로 강독회를 시작 했다. 청화 스님의 사진을 크게 뽑아 놓고 공부하 니, 꼭 스님이 함께 지도하는 것 같다. 오늘 함께 읽을 책은 존 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이다.

40~70대 20여 명의 이들이 폭이 좁고 책걸 상이 붙어있는 1인용 의자에 앉아 있었다. 좁은 공간이기에 벽에 등을 붙이고 서로 나란히 마주 보고 앉아 있다. 강의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에게 있어 상석과 하석이 없었다. 한 보살님이 오늘 공부할 부분을 읽어 내려갔다. 한 사람이 한 구절을 읽고 나면 배광식 지도법사가 그 구절을 강설 한다.

“공부할 분량은 한 사람씩 나눠서 읽도록 합니다. 모두 동등하게 참여해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배광식 지도법사는 함께 공부하기 때문에 자신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했다. 강의 도중 카메라 를 든 거사님은 강의실을 종횡무진하며 낭독하고 강설하는 이들의 앞에 서서 사진과 동영상으로 빠짐없이 기록했다. 오늘 이 동영상은 까페 금강 강독회 동정 란에 ‘141회차 강독회’라는 이름으로 전부 올라갈 것이다. 그동안 오프라인 모임들도 회차별로 모두 기록에 남아 있었다.

1시간 정도 공부가 이어지고, 이어 간식을 먹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돌아왔 다. 이 자리는 불자의 삶을 이야기하는 자리다.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한 마디씩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이날은 유난히 좋은 소식이 있었다. 강독회 에서 함께 공부하는 두 명의 도반이 함께 혼인했 다는 소식이다. 뒤에서 듣고 있던 보살님이 소식을 전한 도반에게 다가가 친정엄마처럼 꼭 끌어 안으며 진심 어린 덕담을 나누기도 했다. 앞에 서서 말하는 것이 쑥스러운 참가자도 용기 내어 한마디 했다. “여기 오니까 너무너무 행복해요. 행복한 데 다니자, 하고 나옵니다.”

한 사람씩 자신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말하고 사람들은 경청했다. 화목했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눈에서 도반으로서의 신뢰가 읽혔다. 금강강독회를 첫 모임부터 지금까지 12년째 빠지지 않고 나와 공부하고 있는 박원자(63) 씨는 “이 강독회는 나를 발전시키는 공부의 장이고 좋은 도반을 만날 수 있는 장”이라고 했다.

“‘행복하려거든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에 서라.’라는 말이 있지요. 그 집단이 여기입 니다. 이곳은 동일한 가치를 추구합니다. 그리고 좋은 도반이 있어요. 금강강독회는 가족 같은 분위기로 불교를 공부하는 장입니다.”

배원룡 (60) 금강강독회장은 40대, 50대를 보낼 때 직장생활 외에는 금강강독회와 금강정진회에 흠뻑 빠져있었다고 전했다.

“강독회에서 교를 배우고 정진회에서 선을 수행하며 체화했습니다. 강독회와 정진회는 제게 속세에서 살아갈 수 있는 큰 힘이 되었어요. 용광로 쇳물처럼 펄펄 끓던 고뇌와 괴로움이 사라지 고, 모든 분들을 부처님과 같이 대할 수 있게 해주는 아름답고 튼튼한 강철 같은 힘을 얻었습니 다. 여기에 오면 항상 행복합니다. 가정에서나 친구들을 만나며 느끼는 행복도 있지만 이곳은 달라요. 도반과 함께 수행하며 현실의 삶뿐만 아니라 피안의 삶에 대한 생각까지 공유하기에 보다더 근원적인 행복을 느낍니다.”

그는 덧붙여, “이 모임들이 원만히 잘 돌아갈수 있는 것은 지도법사가 혼자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의견을 물으며 함께 결정하기 때문”이 라고 말했다.

사진:최배문

| 무리의 기본 단위가 작은 공동체의 핵심 

사실 공부는 누가 해줄 수 없는 것이기에 혼자 수행하는 것도 가능할 터이다. 그러나 이들은 도반과 함께 모여 의견을 나누고 함께 공부한다. 배광식 지도법사는 함께 수행하면 게으름을 부리지 않게 된다고 했다.

“혼자 수행하는 것은 아주 큰 근기가 아니면 나태해지기 쉽습니다. 내가 제대로 가는지 가늠 하기도 어렵지요. 하지만 같이 수행하면 내가 나태해졌을 때 경책받을 수 있고, 도반을 보며 수행이 익어가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스님들이 안거에 들어갈 때 보면 선방에 10명에서 20명이 계시 지요. 그 정도의 인원이 수행을 하는데 있어서 산만하지 않고 끈끈한 유대를 가지며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규모라 생각합니다.”

작은 공동체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그는 ‘유인원, 씨족사회, 부족사회, 마을공동체 등 인류의 역사를 살펴볼 때, 인류 기본 생활 무리의 기본 단위는 20명 내외’라 했다.

“도시가 형성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됐습니다. 무리가 커지면 사람은 불안하게 되어 있어요. 도시국가가 생기면서 사람들이 방황할때 정신적인 지향점들이 생겨야 합니다. 결국에는 불교가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모임들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금강 까페는 계속 모이며 발전해 나갈 것이다. 금강 카페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배광식 지도법사는 “궁극적으로 수행공동 체마을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력이 없는 쇠도 강한 자석에 가까이 가면 자성이 생긴다. 성자의 장 場 속에 있으면 같이 맑아진다. 이들은 바른 가르침을 공부하는 맑은 사람이 모여, 수행 공동체를 이루는 일을 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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