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148건)

불교 공부를 하다 보면 생각이 잊혀 점점 단순해진다. 어떤 생각이 잊히느냐? 좋고 나쁨을 가르는 생각, 꾸미는 생각 따위가 잊힌다. 그리하여 인생이 물을 닮아 간다. ‘~이고[하고] 싶다’ ‘~이기[하기] 싫다’ ‘~이어야만 한다’ 같은 자기의 규정에서 자유로워져 쓸데없이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주어지는 걸 받아들인다. 생각과 싸우지 않고 인연 따라 흐르며 간결하게 산다.90년대의 불교 교과서 『불교 길라잡이』의 저자 곽철환이 인연 따라 간결하게 사는 길을 안내하는 384편의 짧은 글을 모았다. 한 권의 시집 같은 이 책의 문장들은 불교 공부 속에서 발견했거나 저자가 자기 속에서 길어 올린 것들이다. 부처에서 기원해 저자의 인생이라는 시험대를 통과한, 적어도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글들이다. 생의 후반기를 다듬으며 천천히 정리한 문장들의 목적은 우리를 잡아맨 “속박에서 벗어나는 출구를 보여” 주는 것. 그래서일까? 그가 벼려 낸 이 ‘말의 쐐기’들은 시속 160킬로미터의 직구처럼 가장 짧은 거리로 날아와 박혀 생각의 프레임에 균열을 낸다.그렇게 생겨난 틈 사이에선 빛이 새어 나온다. 지혜의 빛이, 수용의 빛이 분출되고 생각의 프레임이 한 조각씩 떨어져 나가 종국에는 “참다운 빈 몸”(고은의 시집에 바치는 이문재의 말)에 이를 것이다. 이 책은 거기로 가는 길을 알려 주는 지도의 한 조각이다.

곽철환 | 호수 : 0 | 2016-04-27 12:30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