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죽음을 맞이하는 이 순간 살아오면서 후회되는 일은 없었나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한동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저 관 속에 누워 침묵 속에 지난 생을 돌이켜 보았다. 나는 과연 이번 생을 잘 살아온 것일까? 그동안 내가 해왔던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후회되는 일이 없느냐는 질문에 입을 떼기 어려웠다.
관 속에서 살짝 열린 관 뚜껑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나 예뻤다. 떨어지는 낙엽의 포물선마저 아름다워 보였다. 이 뚜껑이 닫히면 저 하늘과 저 고운 낙엽을 이제는 영영 볼 수 없으리. 문득 울컥 울음이 기도를 타고 거꾸로 치솟아 올랐다. 죽음은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사랑하던 것들과의 영원한 이별,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미련이 남는.
김기호 대표의 지도 아래 이뤄지는 임종체험은 몇 가지 과정을 거친다. 명상을 하고, 유서를 쓰고, 관 속에 누워 죽음을 맞는 식이다. 보통은 수의를 입고 유서를 쓰는 과정에서 이미 죽음이라는 상황을 직시하게 된다. 손과 발을 묶고 관 속에 누워 뚜껑이 닫힐 때 죽음에 대한 공포를 온몸으로 절감하고 뚜껑에 못질이 시작되면 그 공포가 절정에 치닫는다. 암흑과 고요에 갇혀 관 위로 흙이 쏟아지는 소리를 들을 때 비로소 사람들은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한 몸 비틀 공간조차 없는 곳에 자리한 것은 오로지 어둠뿐이다. 때론 죽음의 공포를 이기지 못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이 단계까지 오고 나면 대부분은 비로소 죽음이 주는 의미를 깨닫게 된다.
“사람들은 살면서 늘 죽음 이후에 대해 궁금해 하고, 죽어서는 삶을 그리워해요. 임종체험은 그게 아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과정이에요. 살 때 열심히 살고, 죽을 때는 후회 없이 죽어야 한다는 거예요. 죽음을 아주 밀접하게 느끼고 나면 사람이 달라지게 돼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사실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되거든요.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게 사람이니까요. 죽음은 그렇게 항상 우리 곁에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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