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연 이야기
그 때도 꼭 이맘때였던 것 같다. 11월이라지만 남쪽의 기후는 그다지 춥지 않다. 그러나 영동지방이 가까운 봉화의 11월은 그야말로 겨울자락을 감고 있었으며 곱게 조성된 뜰의 조경은 채 제자리를 잡지 않은 상태였다. 그 때나 지금이나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가히 설악으로 향하는 양 늘 설렘을 준다. 그러기에 더 그리워지는 곳, 4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도량은 아주 조용했고 맘에 쏙 와 닿았다. 몇 동의 비닐하우스와 아담한 형태의 두세 채 당우가 전부인 곳. 그러나 사위는 조용했다.
같이 간 도반과 법당에 들렀다 요사채로 향하는데 청량하게 들리는 소리 “해룡아~” 하며 도반을 부르는 음성이 들려왔다. 첫인사를 나누는 장면에서 난 충만한 환희심에 반가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큰 소리로 외쳐 부르던 주인공은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으며 그 미소는 10년이 가까워 오는 지금도 여전히 그대로인 농선(農禪) 최병호 법사이다.
내가 발행하는 조그만 불교잡지에 아마도 서너 번째 인물로 초대를 했던 주인공도 바로 그 최병호 법사이다. 한정된 지면에, 당시엔 인지도가 그리 높지 못하던 책에 큰 인물을 초대하는 일이 실은 결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것도 그 때의 일인 것 같다. 언젠가 나의 바람대로 지금보다 더 알찬 책이 된 뒤에 제대로 된 인터뷰로 수행이 일상인 그를 멋지게 초대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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