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우도十牛圖] 일본의 십우도: 선승화가들의 수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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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우도十牛圖] 일본의 십우도: 선승화가들의 수행법
  • 지미령
  • 승인 2024.02.2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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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불교의 십우도
젯카이 츄신필, 십우송 부분, 출처 쇼코쿠지

목동이 소를 찾고 깨닫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는 십우도는 선종의 대표적 화제로, 일본에서는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 1336~1573)에 주로 그려졌다. 특히 임제종이 중심이 되는 교토의 오산(五山, 5대 선종사찰)문화 속에서 향유됐다. 십우와 관련해 알려진 작품으로는 젯카이 츄신(絶海中津)의 십우송(十牛頌)을 시작으로 슈분과 셋슈의 작품 등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슈분과 셋슈의 십우도를 소개한다.

 

슈분의 십우도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십우도는 무로마치시대의 선승이자 화승인 슈분(周文, ?~1462?)이 그렸다고 전하는 십우도일 것이다. 그는 임제종 대본산 쇼코쿠지(相國寺)에서 사찰의 토지와 재산, 서화 관리를 담당하는 도관(都管)으로 있었다. 스승 죠세츠(如拙)에게 수묵화를 배우고 그의 뒤를 이어 막부의 어용화사로 활동했다. 특히 무로마치시대 죠세츠-슈분-셋슈-카노 마사노부-하세가와 도하쿠로 이어지는 일본 수묵화의 계보를 형성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슈분의 십우도는 181cm 정도의 긴 화첩에 각 장면을 작은 원형으로 그리고, 그 안에 그림을 그린 형태다. 그림은 다음과 같은 구성을 취한다. 

① 잃어버린 소를 찾는 ‘심우(尋牛)’, ② 소의 발자국을 발견한 ‘견적(見跡)’, ③ 소의 소리를 듣고 뒷모습을 본 ‘견우(見牛)’, ④ 마침내 소를 찾아 고삐를 당기지만 소와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는 아찔한 상태를 그린 ‘득우(得牛)’, ⑤ ‘목우(牧牛)’는 소를 길들여 데려가는 장면으로, 슈분은 이 장면을 느슨하게 한 고삐와 함께 처음으로 소의 얼굴을 그렸다. 

⑥ ‘기우귀가(騎牛歸家)’는 소를 타고 피리를 불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이다. 하늘을 보며 웃고 있는 소의 표정은 익살스럽고, 리듬에 맞춰 걷는 소의 발걸음은 가볍다. 슈분의 십우도 중 가장 해학적인 장면이다. ⑦ 집에 돌아간 후 소를 잊고 ‘깨달았다’라는 마음 자체를 잊은 ‘망우존인(忘牛存人)’. ⑧ 소도 사람도 잊혀진 ‘인우구망(人牛俱忘)’은 화면 한가운데 큰 원 하나만 그려 넣었다. 즉, 망설임도 깨달음도 초월했을 때 그곳에는 절대적인 하늘만이 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⑨ ‘반본환원(返本還源)’은 깨닫기 전과 마찬가지로 물은 흐르고 꽃은 아름답게 피어난다. ⑩ ‘입전수수(入纏垂手)’는 동자가 깨달음을 얻은 노인과 대면하는 모습으로, 깨달음을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함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노인과 대화하는 동자의 모습이 소 발자국을 발견한 견적의 동자 모습과 유사한 점이다. 

슈분의 십우도가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그가 자신의 특기인 산수화를 작은 원형 안에 배경으로 견고하게 그려, 그 자체만으로도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무로마치 이후 제작되는 십우도의 전형이 된 작품이다. 그런데 슈분이 산수화에 능하게 된 데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일까. 슈분의 작품으로 전하는 그림들은 당시 일본에서 유행하던 화풍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이나 조선의 화풍과 닮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슈분의 행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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