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신화] 연쇄살인범도 구원받을 수 있을까?
상태바
[붓다의 신화] 연쇄살인범도 구원받을 수 있을까?
  • 동명 스님
  • 승인 2022.02.1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대급 사이코패스의 등장

붓다의 제자 중에 가장 슬프고 안타까우면서도 특이한 인물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앙굴리말라(Aṅgulimāla)를 택할 것이다. 앙굴리말라 하면 9시 뉴스를 뜨겁게 달궜던 우리 사회의 아프고 안타깝고 감추고 싶은 내면을 담고 있는 연쇄살인범의 얼굴이 겹친다. 그런데 앙굴리말라는 최고 성자인 아라한이 됐다. ‘손가락(앙굴리) 목걸이(말라)’라는 이름만 들어도 섬찟해지는 인물이 최고 성자인 아라한이 됐다니, 참으로 희유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어떤 인물이기에 희대의 살인마에서 어떻게 최고 성자가 됐을까? 『맛지마니까야』의 「앙굴리말라 경」, 『증일아함경』의 「역품(力品) 6」, 『잡아함경』의 「적경(賊經)」, 『법구경』 제173송 배경 이야기를 토대로 앙굴리말라의 신화 속으로 들어가 본다.

 

무엇이 모범생을 살인마로 만들었을까?

꼬살라국의 궁중 제사장인 바라문 각가(Gagga)와 부인 만따니(Mantāṇī)에게는 아주 총명한 아들 아힘사까(Ahiṃsaka)가 있었다. 그가 태어난 날 밤 도시의 모든 무기가 빛을 발했다고 하는데, 그의 부모는 무력을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비폭력’이라는 뜻의 이름을 줬다. 

아힘사까의 아버지는 아들 교육을 위해 간다라 지방의 딱까실라(Takkasilā, 오늘날의 탁실라)에 사는 친구에게 보냈다. 아힘사까는 워낙 총명해 스승에게 두터운 총애를 받았다. 동료들은 그의 실력을 전혀 따라올 수 없었고, 스승의 경지를 거의 넘어서고 있었다.

스승의 부인은 남편에 비해 젊은 나이였는데, 젊고 잘생긴 아힘사까를 홀로 사모했다. 어느 날 스승이 먼 곳으로 여행을 가게 됐는데, 그때 스승의 부인은 아힘사까를 유혹했다. 부인이 아힘사까에게 안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의리 있는 아힘사까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에 부인은 그에게 앙심을 품게 됐다. 

며칠 후 스승이 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부인은 자신의 옷매무시를 흩뜨려놓고는 옷 여기저기를 찢어놓았다. 

스승이 돌아와서 어찌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느냐고 묻자, 부인은 흐느껴 울면서 대답했다.

“아힘사까가 저를 강제로 범하려 했습니다.”

스승은 분노가 치밀어올랐지만,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괘씸한 아힘사까를 반드시 파멸시켜야겠다’고 생각한 스승은 아힘사까를 조용히 불렀다. 

“네게 가르칠 것은 모두 가르쳤다. 이제 한 가지 비술만 전수해주면 너는 완벽한 바라문이 될 것이다. 마지막 과제만 통과하면 그 비술을 전수해주마. 과제가 꽤 어려운데 해낼 수 있겠느냐?”

“스승께서 명하시는 것은 어떤 것이든 해내겠습니다.”

“너는 지금부터 사람을 죽인 후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잘라 실에 꿰어서 목걸이를 만들어라. 손가락이 천 개가 되면 내게 다시 오너라. 그러면 비술을 가르쳐주마.”

“스승님, 참으로 어려운 과제이지만, 존경하는 스승님의 분부이니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깊은 뜻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잠시 아힘사까가 살인마가 된 것이 스승의 비술을 얻기 위한 욕망 때문인지, 또는 다른 문헌에서처럼 범천에 태어나고 싶은 욕망 때문인지, 그렇지 않으면 스승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 때문이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스승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옳지 않은 것까지 무조건 믿는 것은 어리석지만, 그 믿음으로 인해 파멸한 사람은 많다. 우리는 아무리 위대하다고 정평이 난 스승의 가르침일지라도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라는 붓다의 가르침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나는 이미 멈추었다, 그대도 멈추어라!”

아힘사까는 딱까실라에서 제법 먼 거리를 이동하여 사왓티의 잘리니(Jālinī) 숲에서 인간사냥을 시작했다. 그의 살인 방식은 보이지 않는 곳에 매복해 있다가 사람들이 몰려오면 순식간에 덮치는 것이었다.

스승에 대한 굳은 신심에 탁월한 용맹성이 가미된 아힘사까의 몸놀림은 재빨랐다. 그의 활과 칼은 10명, 20명, 30명, 40명의 목숨을 단숨에 앗아갔다. 죽은 사람들의 손가락을 잘라서 실에 꿰는 것도 번개같이 빨랐다. 손가락을 꿰어 목에 걸고 다니자 사람들은 그를 앙굴리말라라고 불렀다. 그는 어느새 손가락을 999개나 목에 걸고 다녔고, 손가락 하나만 더 얻으면 마침내 스승의 비술을 얻을 것이었다.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