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법의 최전선, 조계종 포교사단 |
포교사는 그들의 활동을 통해 신심과 희생정신을 드러냅니다. 불법이 닿기 힘든 곳을 향하는 모습, 재가자로서 포교와 신행활동을 보여줍니다. 신행력과 자비심, 보살도를 드러내고 개인의 수행이기도 한 포교활동을 지향합니다. 출가 수행자들을 보조하기도 하며,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스님들이 전법하기 어려운 군대나 교도소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포교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포교사는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그들의 활동을 운영합니다. 몸으로 부딪히고, 현장에서 생활하며, 불교 포교 일선에서 활동 중인 포교사. 수행과 포교를 이끌어 나아가며,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전하는 이들을 만났습니다. 01 우리들은 전법의 도반들, 수행의 전부입니다 김우진 |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사단(단장 윤기중)은 새천년을 맞이하는 지난 2000년 3월 12일, 1천 2백여 명의 포교사들과 함께 출범했다. 17년이 지난 지금 전국 13개 지역단, 5천여 명 정도의 포교사들이 군부대와 교정교화시설, 복지시설, 사찰 등 전국 방방곡곡의 포교 현장에서 활발한 전법 활동을 펼치고 있다. 출가 수행자가 아닌 재가자의 위치에서 전법을 사명으로 불교 포교의 원력을 키우는 포교사. 일선 포교 현장에서 전법 활동에 매진하는 그들을 만났다.
| 팔재계 법회와 포교사단
지난 9월 9일, 포교사단의 1년 중 가장 큰 행사인 팔재계 수계법회에서 전법이라는 큰 사명을 가진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논산 육군 훈련소의 호국연무사에서 진행한 팔재계 법회에는 전국 13개 지역단에서 3천 5백여 명의 포교사들이 결집했다.
논산 훈련소에는 포교사들이 타고 온 버스가 줄을 지었다. 행사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많은 포교사들이 호국연무사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최대 법당이라고 하는 호국연무사 안은 흰색과 갈색의 단복을 입은 포교사들로 가득 찼다.
팔재계 법회는 신라 진흥왕 12년(551)때부터 내려오는 국민적 행사이다. 팔재계는 팔관재계의 줄임말로 오계와 더불어 몸에 화려한 장식을 멀리하고, 크고 높은 평상에 앉지 말며, 때 아닌 때 먹지 말라는 세 가지 계를 더해 재가자가 하루 동안 지키는 계율이다. 포교사단은 매년 팔재계 수계법회를 열어 포교사로서 서원을 세우고 신심을 고취시킨다. 또한 신행활동을 점검하며 정진을 통해 마음을 다잡는다.
지역단의 단기가 입장할 때마다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조계종 포교원장이며 포교사단 총재인 지홍 스님이 단기를 받아 흔들 때면 각 지역단의 호응이 이어졌다. 함성의 크기로 다른 지역단과 은근한 경쟁이 있는 듯 보였지만, 오히려 발품 팔아 먼 걸음을 한 다른 지역 포교사들을 더욱 응원했다. 무대 위로 단기가 올라갈 때마다 포교사들의 자긍심이 채워지는 듯했다. 호국연무사를 가득 채운 포교사들의 함성이 크게 울렸다. 불끈 쥔 주먹을 올리며 팔재계 수계법회를 시작했다.
| 포교가 곧 수행, 수행이 곧 포교
“팔재계 수계법회는 ‘포교가 곧 수행, 수행이 곧 포교’라는 정신으로 1일 출가자가 되어 팔관재계를 수지하고 종단의 포교사로서 지계실천과 전법의 의지를 다지기 위한 행사로 올해 15회를 맞이하였습니다.”
윤기중 단장은 팔재계 수계법회 인사말을 하며 포교사들의 활동을 격려했다. ‘붓다로 살자’ 캠페인을 강조하며 ‘삶을 지혜롭게, 마음을 자비롭게, 세상을 평화롭게’를 3대 지표로 정했다. 포교사들이 신행청규 열 가지와 공동체청규 열 가지를 실천하고 이웃에 확산시켜 불자들의 신행 문화에 앞장설 것을 선언했다.
법회를 진행하는 호국연무사 안은 3천 5백여 명 포교사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선선한 가을밤의 기운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뜨거웠다. 제11기 전문포교사 138명과 제22기 일반포교사 460명이 새로 품수를 받으며 부처님 말씀을 널리 알리자는 각오를 세웠다.
포교에 헌신하며 전법 활동과 사회봉사 등 적극적인 활동으로 많은 포교사들의 본보기가 된 이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시간도 가졌다. 개인상 40명과 단체상 30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총무원장상에는 강원 지역단의 김진태 포교사와 대전충남 지역단의 군포교 2팀이 각각 개인상과 단체상을 수상했다. 더불어 포교원장상과 총재상, 단장상 등 포상이 이어졌다. 수상자들은 동료 포교사들의 축하 속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꽃다발을 들고 동료들과 사진을 찍는 등 기쁨을 만끽했다. 상을 받지 못한 포교사들도 자신이 수상한 것처럼 즐거워했다.
계사로 나선 지홍 스님은 포교사들에게 “한국불교의 희망”이라며 신행혁신 운동에 모범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더불어 지홍 스님은 “내가 가진 것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자.”고 말했다. 지홍 스님의 수계법문이 끝나자 교수사, 갈마사, 인례, 유나 등 스님들이 법석에서 내려와 연비의식을 진행했다. 3천 5백여 명의 포교사들이 팔을 걷고 수계를 받는 동안 호국연무사 내부에 향내가 가득했다.
또 하나의 가행정진. 자정이 넘어가며 포교사들은 뜬 눈으로 새벽을 맞이했다. 포교사들은 차분하면서도 힘이 넘쳤다. 철야정진으로 3천 5백여 명의 포교사들은 밤을 새우며 ‘신묘장구대다라니 108독’을 암송했다. 합장하며 우렁우렁 울리는 독송 소리가 들린다. 장엄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연출된다. 누구 할 것 없이 신심 가득한 새벽을 맞이한다. 이들의 신심이 포교사라는 긍지와 함께 호국연무사를 가득 메웠다.
| 포교의 길
팔재계 수계법회는 포교부장 가섭 스님의 특강을 끝으로 회향했다. 포교사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고, 손을 잡으며 놓을 줄 모른다. 무박 2일 동안 포교사들은 어느 때보다 더욱 굳센 신심으로 무장하고, 전법의 현장으로 달려 나갈 채비를 갖춘다. 제자가 묻는다. “도반이 수행의 절반인가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도반은 수행의 전부다. 도반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포교사들은 서로 도반의 길을 가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전부인 것이다.
포교사단은 팔재계 수계법회 때도 행사를 진행하며 오후 불식을 통해 저녁 공양비를 십시일반으로 모았다. 거기에 기타 행사 절감 비용을 더해 2천여만 원을 군포교의 일환으로 호국연무사에 희사했다.
“작금의 우리 불교 현실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포교사들은 포교역량을 결집하여 더욱 본분에 충실해야 합니다. 우리들의 발걸음이 시대의 무명과 어둠을 밝히고 많은 사람들을 행복으로 이끄는 길이 되도록 더욱 정진합시다.”
윤 단장의 다짐은 포교사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포교사들은 처음 포교사가 되고자 했을 때의 서원을 상기하는 듯 박수갈채로 호응했다.
『잡아함경』에는 부처님의 전법선언이 나온다. 부처님께서는 수행자들에게 말씀하신다.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하여 전법하러 떠나라.” 그와 함께 당신께서도 “법을 설하기 위하여 떠난다.”고 하셨다. 이미 깨달음을 얻은 붓다도 전법을 위해 떠났다. 조계종 포교사단이 전법의 최전선에서 누구보다 먼저 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