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인간은 다른 물체와 더불어 사는 존재이다. 부처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인연의 존재라는 말씀을 하셨지만 쉽게 말하면 인연이란 어떤 관계 속에서 우리의 삶이 진행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 학교에서는 스승과 제자와의 관계 등으로 하루하루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부모와 자식 사이에 좋은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상호간에 잘 관찰하고 대화함으로써 가능하겠지만, 대화의 방법이 서툴러서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가 올바르게 맺어지지 못하게 되어 문제 행동을 야기시키는 경우가 많다.

몇년 전 두 번이나 집을 나간 여학생이 있었다. 어머니는 조그만 가게를 하셨고, 아버지는 건축일를 하는 1남 2녀 중의 첫째 딸이었는데 겉으로 보기엔 가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가출을 한 것이다. 물론 학교에 돌아온 후 교칙에 의하여 처벌도 받았다. 그러나 처벌 그 자체가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것은 아니었다. 반성문도 쓰고 훈화교육도 하였지만 가출하게 된 구체적인 원인을 알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과거를 이용하여 상담을 하는 동안 일기를 쓰게 한 적이 있었다. 뜻밖에도 글 일기장 속에서 가출의 원인을 발견하게 되었다. 매일 반복되어 사용되어진 어떤 단어 속에서 집을 싫어하게 된 원인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 학생의 경우 학교 생활에서의 성적이라든가 친구 관계 등도 약간의 영향은 있었으나 결정적인 원인은 가정에서의 부모의 역할에 문제가 있었다. 특히 어머니의 자녀에 대한 대화 미숙과 아버지의 무관심이 낳은 가출이었음을 확인하였다.

학교에서 집에 가게 되면 가게에서 밤늦게 돌아온 어머니께서는 ‘너는 왜 그러느냐, 옆집의 누구는 어떻고, 친척 중의 누구는 어떤데 넌 도대체 왜 이 모양이냐.’하는 식의 꾸지람을 거의 매일같이 하는 어머니와, 아침이 되면 자녀에 대한 관심보다는 직장생활 그 자체에 몰두하여 자녀보다 일찍 출근해 버리는 아버지 밑에서 일어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