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생명은 대사회적 기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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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생명은 대사회적 기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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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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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특별기획 - 이 시대를 진단한다 / 종교의 현실 참여

종교의 기능은 크게 본래적 기능과 수단적 기능 둘로 구분할 수 있다. 종교의 본래적 기능이란 종교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기능을 말한다. 이를테면 자기종교의 교리나 신앙을 통한 정신적 위안, 긴장 해소, 죽음에 대한 공포 극복 등이다. 종교는 본래 성스러운 세계에 대한 인간의 향수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종교의 수단적 기능이란 종교의 본래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기능을 말한다. 이를테면 종교의 제의(祭儀)가 이에 해당될 것이다. 제의는 예배, 기도, 노래, 춤, 강설 등 다양한 행위로 나타난다. 특히 그 중에서 종교는 사회적 기제(機制)를 통한 표상으로 표출된다. 종교는 언제나 집단을 형성하여 움직인다. 그 때문에 때로는 종교권력과 국가권력 간에 대립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국내의 복잡한 정치상황과 맞물려 종교가 지나치게 정치와 현실문제에 집단적으로 관여함으로써 ‘종교의 현실 참여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종교의 대사회적 기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종교의 현실 참여를 일방적으로 ‘좋은 현상이다’ 혹은 ‘나쁜 현상이다’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종교의 현실 참여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종교가 사회정의와 약자의 편에 서느냐, 아니면 불의와 정치권력의 편에 서느냐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종교가 민중의 아픔에 동조하느냐, 아니면 정치권력과 결탁하느냐에 따라서 종교의 현실 참여를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종교지도자들이 주도했던 3·1독립운동이라든지 70년대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를 이루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것도 주로 종교인들이었다. 그러나 같은 종교인이면서도 그와는 정반대의 길로 나아간 사람들도 많았다. 기독교계의 경우 권력에 아부하기 위해 대통령을 위한 조찬기도회를 주선했던 성직자들도 있었다. 불교계에서도 호국불교라는 미명 아래 국가와 민족을 위한 대법회나 관주도형 데모에 앞장섰던 사례들도 있었다. 이러한 집회들이 반불교적·반민주적 집단행동이었음은 말할 나위없다. 당시 불교지도자들은 민중의 아픔을 외면하고 정치권력과 결탁했다. 그로 말미암아 민주화를 갈망하던 국민들로부터 불교는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보수적인 단체에서는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사람들을 친북좌파라고 매도한다. 반대로 진보적인 단체에서는 그들을 친미 사대주의자라고 비난한다. 어느 쪽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서는 후대의 역사가들이 평가할 몫이다. 다만 불교도들은 붓다의 가르침에 따라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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