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 스님, 분명한 공사에 한 치 어긋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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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 스님, 분명한 공사에 한 치 어긋남이 없다
  • 효신 스님
  • 승인 2022.05.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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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스님 되돌아보기_벽안碧眼
평생 하심으로 한 치 법도에 어긋남 없이 청렴하게 살았던 벽안 스님의 진영

인물에 대한 평은 그와의 친분 혹은 평론가의 가치관에 따라 다양하게 언급된다. 사람에게는 흠결이 존재하기에, 총체적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일반적 평가와 그와 다른 평으로 정리되는 게 기본이다. 일 처리에서도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나뉜다. 그런데 이런 상식선을 넘어 모든 이들에게 만장일치의 언어로 평가되는 스님이 있다. ‘공사(公私)가 분명하여 실언이 없고, 평생 하심의 자세로 한 치의 법도에 어긋남 없이, 청백리의 삶을 살던 스님’으로 기억되는 통도사 벽안(碧眼, 1901~1988) 스님이다. 

일제 강점기 때 한국불교의 터를 잡아 경제적 초석을 마련한 분이 적음 스님이라면, 한국불교가 온전히 하나의 기관으로 운영될 수 있는 행정적 기반을 완성한 분은 벽안 스님이다. 한국불교(조계종)에서 유일하게 10여 년 동안 중앙종회 의장을 맡아, 종단의 행정법을 제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종회 회의록을 보면, 회의 진행 시 누구도 의장에게 불만 및 문제 제기한 사례를 단 한 차례도 찾을 수 없다. 그것은 벽안 스님의 “탁월한 의사 진행 능력, 승려로서 훌륭한 품성, 뛰어난 행정력” 때문이라고 불교신문 박부영 기자는 평했다. 아울러 기자는 스님의 평론(「벽안 대종사의 생애와 종단관」)에서 “수행, 공직, 언행 등 모든 면에서 한 치의 흠을 찾기 힘들 정도로 완벽한 수행자였고, 가장 두드러진 점은 언행에서 불교의 가르침과 한 치의 어긋남이 없었던 분”이라고 강조했다. 이 평가는 벽안 스님을 기억하는 모든 사람의 공통된 언급이기도 하다. 마치 일평생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으신 부처님의 일화가 연상되는 장면이다.

 

“도는 법도 있는 생활에서 빛을 발한다”

벽안 스님의 언행은 주위 사람을 저절로 감화시켜 수행자의 표상이 됐다. ‘법도 있는 생활에서 도는 빛을 발한다’는 스님의 말처럼, 생활을 수행으로 귀일 시킨 스님의 일상을 낱낱이 열거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스님의 행적 중에서, 행정상의 업적(중앙종회 의장, 동국학원 이사장 등)보다는 몸소 거동을 통한 제접법(提接法, 스승이 문답 등을 통해 제자를 가르치고 지도하는 교육)을 펼친 일화 몇 가지만 살펴보고자 한다.

스님의 속명은 박만수(朴晩洙)이고, 오늘날 경주시인 경북 월성군 내남면 오지리에서 태어났다. 서당식 교육을 받아 서당 훈장을 했고, 일제 강점기에 면장을 잠시 지내기도 했다. 마을에서도 공사가 분명한 일 처리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당시 15살에 결혼해 1년 뒤 아들이 태어나, 부자간 나이 터울이 적었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길에서 스님의 아들을 보면 “저기 너의 형님 걸어가네”라고 놀렸다. 이렇게 놀림 받던 아들의 죽음은 깊은 무상함을 느끼게 하였고, 절로 들어가는 직접적인 동기가 됐다. 학식을 갖춘 3대 외동아들이 절로 들어가자 부친의 한탄은 매우 깊었다고 전해진다.

스님은 통도사 도인 경봉(鏡峰, 1892~1982) 스님의 상좌가 됐다. 묘한 점은 숙업의 연(緣)인지, 스님의 속세 시절 부자간 적은 나이 차처럼 은사와도 겨우 9살 차이었다. 그러나 벽안 스님은 은사인 경봉 스님이 입적할 때까지 친부모에게도 행하기 어려운 효행을 보였다. 팔순의 상좌가 구순의 스승에게 매일 4km가 넘는 극락암까지 걸어가 문안을 드렸다. 극락암 절 입구에 이르러서는 노쇠한 몸을 의지하며 짚고 간 지팡이를 감나무에 내려놓고 걸어서 올라갔는데, 제자가 지팡이 짚고 은사를 찾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은사스님 앞에서는 꼭 무릎 꿇고 손을 가지런히 모아 꼿꼿이 앉아 있었다. 흩어짐 없는 일상의 반듯한 몸가짐은 선비 모습을 보여주는 벽안 스님의 대표적 상징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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