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혼밥 한 그릇] 물미역전
상태바
[건강한 혼밥 한 그릇] 물미역전
  • 법송 스님
  • 승인 2021.03.12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얇은 밀가루 옷 입고 지글지글 입안 가득 번지는 고소한 맛

음식 배달이 일상이 된 ‘배달의 시대’

음식 배달이 일상이 됐다. 중국요리도, 떡볶이도, 심지어 커피까지도 배달 앱으로 앉은 자리에서 손쉽게 주문할 수 있다. 배달음식은 식재료를 구매하는 시간, 손질하는 시간, 조리하는 시간을 벌어준다. 그뿐인가.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완성된 음식을 받으니 몸도 편하다. 먹고 난 뒤 설거지도 필요 없다. 남은 음식과 포장 용기를 한 데 모아 버리기만 하면 뒷정리가 끝난다. 배달음식 이용량 증가는 한 마디로 효율 추구의 결과다. 

시간 절약과 편리함을 위해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있을까. 일단, 개개인의 식비 부담이 커졌다. 배달이 가능한 최소 주문금액에 맞추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주문하고, 배달비까지 추가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포장·배달에 쓰이는 일회용기로 인한 환경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일은 배달음식에 대한 의존으로 ‘음식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옅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많은 철학자에게 화두였던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삶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음식을 먹기 전에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건강한 식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맛과 건강 모두 잡은 음식에는 무엇이 있는지 성찰할 여유가 없는 듯하다.

철학자 사르트르는 자기 생각과 의지를 갖고 만들어 주체적으로 먹는 음식을 최고로 여겼다고 한다. 너무 바빠서, 혹은 일상에 지쳐서 음식 만드는 수고라도 덜려는 이들을 탓할 수 없다. 배달음식은 이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뭐든지 지나치면 탈이 난다. 가끔이라도 좋으니 자신의 몸에 관심을 두고, 자신을 위해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식습관을 돌아보며, 음식을 직접 해 먹는 노력을 해보길 바란다.

‘빼기 레시피’로 허무는 요리 진입장벽

음식은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다. 음식에 관한 관심을 높이려면 먼저 쉬운 레시피로 요리의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조리 과정이 복잡하면 머릿속도 복잡해진다. 음식은 정성이라고 하지만 손이 많이 가면 좋은 음식도 먹기 싫은 음식이 된다. 간단하고 쉬운 요리를 위한 팁이 있다. 이것저것 가미하는 대신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요리하면 비교적 쉽게 맛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인생을 살면서 ‘빼기’보다 ‘더하기’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무언가를 보태고 더하는 데 바빠 삶의 본질을 찾는 빼기에 소홀하다. 본질에서 멀어진 삶은 내실 없이 겉모습만 요란해지기 마련이다. 이 법칙은 음식에도 적용된다. 본질에서 멀어진 음식일수록 겉을 치장한다. 사찰음식은 온갖 자질구레함과 번잡스러움을 걷어내고 본질에 집중한다. 그래서 사찰음식에는 투박하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음식이 많다. 사찰음식의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더하기’가 아닌 ‘빼기’다. 요리가 어렵게 느껴지면, 더하기의 유혹을 뿌리치고 조리 과정이 5단계 이상 넘어가지 않는 간단한 요리부터 도전하는 게 좋다.

 

해조류 싫다는 아이들도 한 접시 뚝딱

스님들은 채소를 주로 먹기 때문에 기름기 있는 음식을 섭취할 기회가 별로 없다. 영양보충을 위해 일부러 기름기 있는 음식을 챙겨 먹어야 하는데 튀김 요리는 과정이 복잡하기도 하고 남은 기름 처리도 까다로워 사찰음식에 어울리지 않는다. 대신 사찰음식은 기름이 들어가는 전 요리가 발달했다. 이번에 소개할 물미역전은 영선사에 전해 내려오는 음식으로, 별다른 가미나 복잡한 조리 과정 없이 비린내를 없애면서 미역 본연의 맛을 살린, 고소한 맛이 일품인 ‘초간단 요리’다. 해조류를 못 먹는 아이도 게 눈 감추듯 접시를 비울 정도로 맛이 좋다.

초간단 요리답게 필요한 재료는 물미역, 밀가루, 식용유가 전부다. 물미역전에 감칠맛을 더할 초고추장까지 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 초고추장 완제품이 없다면 고추장, 식초, 설탕을 같은 비율로 섞어 직접 만들 수 있다. 밀가루, 식용유, 고추장 등 기본 식재료는 집에 갖추고 있으니 따로 장을 봐야 하는 재료는 물미역뿐이다. 여기서 잠깐! 미역국 끓일 때 주로 사용하는 미역은 물미역이 아닌 건미역이다. 건미역은 사시사철 구할 수 있지만, 오늘의 주인공 물미역은 12월부터 2월까지, 딱 지금이 제철이다. 물미역은 냉장 보관해도 이틀만 지나면 상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당일에 바로 먹을 만큼만 구매한다.

재료를 모두 준비했으면 우선, 물미역을 씻어 물기를 꼭 짠다. 물미역을 씻을 때 미역이 뭉그러지거나 녹아내리면 상한 것이니 잘 살펴야 한다. 물기를 짠 미역은 전을 굽기 적당한 크기로 썰어둔다. 밀가루 반죽은 밀가루와 물을 섞어 만든다. 이제 미역에 밀가루 반죽을 묻힐 차례다. 여기서 핵심은 물미역이 요리의 주인공이 되도록 최대한 밀가루 반죽을 적게 묻히는 것이다. 미역에 밀가루 반죽을 묻힌 후 위에서 아래로 반죽을 훑어내려 반죽 양을 줄인다. 식용유를 두른 팬에 미역 반죽을 올리고 가장자리가 노릇해지면 뒤집어서 뒤집개로 누른다.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진 물미역전을 초고추장과 함께 내면 초간단 물미역전 완성이다. 물미역전은 초고추장 대신 조청에 찍어 먹어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으니 취향에 맞게 다양한 변주를 시도해도 좋다.  

 

[건강한 혼밥 한 그릇] 물미역전

재료 물미역 150g, 밀가루 1컵, 물 1컵, 식용유
•초고추장: 고추장·식초·설탕·조청 각 1큰술, 사과즙(사과 1/3개)

1. 물미역을 씻어 물기를 짜고 적당한 크기로 썬다. 

2. 밀가루와 물과 섞어 반죽을 만든다. 

3. 미역에 밀가루 반죽을 묻히고, 식용유를 두른 팬에 앞뒤로 굽는다.

4. 접시에 담아 낸다.

사진. 김동진

 

법송  스님
대전 영선사 주지.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는 사찰음식 교육관 ‘향적세계’에서 강의를 진행했다. 저서로 『법송 스님의 자연을 담은 밥상』(2015, 서울문화사)이 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