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혼밥 한 그릇] 파래연근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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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혼밥 한 그릇] 파래연근무침
  • 법송 스님
  • 승인 2021.04.02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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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입맛 돋우는 새콤달콤한 밥도둑

처분만을 기다리는 냉장고 속 식재료

먹방(‘먹는 방송’의 줄임말로, 출연자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주로 보여 주는 방송 프로그램 ), 쿡방(‘쿡’과 ‘방송’의 합성어로, 출연자들이 요리를 만드는 모습을 주로 보여 주는 방송 프로그램)이 넘친다. 그중 유독 눈에 띈 프로그램이 있다. 지금은 종영했지만, 한동안 인기리에 방영했던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해)’이다.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 다양한 요리 전문가들이 오로지 출연자의 냉장고 안 식재료만을 활용해 멋진 요리를 만들어주고 평가를 받는 내용이다.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가수, 배우, 모델 등 매회 달라지는 출연진의 냉장고 속 내용물이다. 요리에 관심 있는 출연진들의 냉장고에서는 캐비어, 송로버섯 등 평소에 보기 힘든 고급 식재료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재밌는 점은 출연진들의 냉장고에 생각보다 많은 식재료가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셰프들이 요리에 활용할 만한 재료를 매의 눈으로 찾지만, 나오는 것은 시들어가는 야채, 색이 변하기 시작한 고깃덩이, 먹다 남은 배달음식뿐이다. 물론 상한 것으로 판명된 재료는 바로 그 자리에서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우리는 때로 냉장고의 보관기능을 믿고 식재료를 필요 이상으로 소비한다. 그렇게 마음 놓고 사들인 필요 이상의 식재료들은 냉장고에 방치되다 결국 먹을 수 없는 쓰레기가 된다. 식재료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의 기능이 오히려 음식 쓰레기를 늘린다니 역설적이지 않은가. 철학자 강신주는 경향신문의 한 칼럼에서 생태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면 냉장고를 없애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다.

 

냉장고 파먹기로 방치된 재료에 숨결을

냉부해의 관전 포인트는 또 있다.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흔한 재료, 먹다 남아 방치된 자투리 재료가 전문 셰프의 손을 거쳐 어떻게 탈바꿈하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아니 어떻게 그 미천(?)해 보이던 재료로 저런 멋진 음식을! 멋진 접시에 근사하게 담아낸 완성 요리를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같은 음식 재료를 두고 셰프마다 전혀 다른 요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하나의 식재료가 요리사의 개성에 따라 찜 요리로, 국물 요리로, 튀김 요리로 무한 변신한다. 이 환상의 ‘ 음식 환골탈태 쇼’를 보다 보면 우리 집 냉장고 속 소박한 재료로도 그럴듯한 음식을, 그것도 아주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출출하다. 뭐 요깃거리 없나. 괜히 냉장고 문을 열고 기웃거린다. 찬밥, 곧 상할 것 같은 밑반찬, 어정쩡하게 남은 각종 채소, 멍든 과일 등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재료들뿐이다. 대부분 이 단계에서 요리해 먹기를 단념하고 냉장고 문을 닫아버린다. 하지만 여기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 고비만 넘기면 집에서 ‘셀프 냉부해’를 찍을 수 있다. 가끔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히트상품이 나오기도 한다. 방치된 냉장고 속 재료에 숨결을 불어넣을 ‘냉장고 파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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