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의 학인시절] 우리 스님 석전 박한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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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의 학인시절] 우리 스님 석전 박한영 스님
  • 운성
  • 승인 2007.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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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의 학인시절

<20> 울고 싶은 강보따리 사연

 우리 스님은 말년에 내장사로 떠나시면서 재작년 작고하신 전 역경원장 운허스님과 불국사 강주이신 운기스님과 그리고 나에게 강을 전하셨다. 강맥을 잇는다는 것은 당연히 입실하는 것이므로 은법을 겸하게 된다. 그러나 운허스님만은 사정이 있어서 봉선사 홍 월초스님에게 입실하였는데 이것은 예외이다. 나로서는 참으로 과분한 은덕이다. 경을 배우고 스님을 모시고 10여 년의 시간을 지났지만 스님의 법을 전해 받고 강맥을 이은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영예이었다. 그때에 스님께서는 족자에 쓴 전법게를 내리셨다. 그밖에 나에게는 소중한 물건을 내려 주셨다. 홍장삼과 가사 한바탕, 그리고 사기와 경전 참고 서적, 또 옥으로 만든 찻잔도 하나 주셨다.

 그런데 이렇게 전해 받은 소중한 강보따리를 간직하지 못하고 있다. 부끄럽기도 하고 애석정도가 아니다.

 나는 스님에게서 사교와 대교의 강본을 받았고 참고서와 사기를 갖추어 받았었다. 나는 그것을 서울 동대문 안양암에 두고 6.25의 피난을 떠났던 것이다. 그런데 서울 수복 후 돌아와 보니 강보따리가 몽땅 없어졌다. 약 2천 권의 나의 책도 중요한 것은 모두가 없어졌다. 이래서 나는 강보따리 보존 못한 욕을 먹게 되었고 마땅히 욕을 먹어야 하게 되었다.

 근자에 듣자하니 내가 물려 받은 강본과 사기가 오늘날 불교계에 유명한 모스님에게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스스로 말하기를 석전스님의 강통을 이었다고 말한다고도 한다. 그 스님이 가지고 있는 책에는 지지산방의 표시가 뚜렷했다고 보고 온 사람은 말한다. 지지산방은 바로 우리 스님의 서재명이었고 당신의 책에는 그렇게 기록하였고 나에게 전해 주신 강보따리 책도 모두 그랬다. 모스님이 어떠한 경로로 내 강보따리를 입수하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꿈속에서 나에게 전강이라도 받았단 말인가? 허허 웃어 넘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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