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心施心
스님이다 부처다 하면 우리는 흔히 고요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우선 느낀다. 따라서 선{禪}이라 하면 이러한 정적인 분위기부터 유지되어야 하고 이 선에서 이루어지는 시도 역시 정적인 정감이 담겨야 된다고 느끼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행,주,좌,와, 다니거나 머무르거나 앉거나 눕거나 어느 때건 선 아닌 적이 없다면 선이 정적인 분위기만 감돌아야 한다는 생각은 역시 그릇된 집착일 수밖에 없다. 중생의 제도를 위하여서는 소용돌이의 움직임에라도 내 몸을 내던져야 하는 것이 대자대비의 보살도이다.
우리는 지난 날의 역사에서 큰 국난이 있을 때마다 서슴없이 적진에 몸을 던진 큰스님들을 알고 있다. 왜 이것이 가능했던가? 그것은 [나]라는 집착을 여의었을 때, 소아[小我} 아닌 대아{大我}를 위하는 보살도의 행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조선조 때 미증유의 큰 난리였던 임진왜란이 일자 조용한 산중에서 석장 하나 짚고 적진에 나서 의병을 이끌고 국난을 이겨 낸 스님들이 많다. 그 중의 한 분으로 우리는 사명대사{四溟大師, 催政, 1544~1610}의 공적을 깊이 기리고 있다.
오늘은 이 큰스님의 치란{治亂], 동정{動靜}, 선속{禪俗}이 조화된 시를 살펴 보기로 한다.
영내에서 우연히 만난 使臣
밤 늦도록 함께 듣는 북소리
임금께서 남쪽 일 물으시면
흰 머리 늙은 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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