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難治病) -배신(背信)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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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難治病) -배신(背信)을 생각해 본다-
  • 관리자
  • 승인 2007.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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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 한화(雲岳山 閒話)[9]

   며칠 전 관내에 사는 어느 젊은 스님이 낯모를 일행을 데리고 와서 나에게 소개를 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그 일행은 초로의 부모와 모 대학의 철학과 4학년이라는 청년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이 찾아온 사연인즉, 그 부모들은 철저한 불교신자로 자처하고 나머지 가족들도 불교를 신앙하는데 막내인 그 학생이 요즘 갑자기 교회에를 나간다고 설치니, 그것을 좀 타일러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부모들은 돌아갔고 그 청년에 대해서는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 별달리 대화를 할 기회를 갖지 못했지요.

   그런데 불과 이틀이 지나서, 갑자기 집으로 돌아간다고 문밖에 와서 꺼벅하고는 돌아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 부모들에게 2, 3일 후에는 다시 들를 터이니 그 애를 꼭 데리고 있어 달라는 당부도 받은 터이었고, 은근히 내 체면도 있는 것 같아서 불러 세웠습니다.

   그리고는 자못 준절하게 다음 같이 따져 물었습니다.

  『현대 교육의 최고학부, 그것도 다른 학문이 아니라 철학을 전공하는 학도로서 인간이 누구나가 자기의 능력을 개발하여 행복을 찾으라는 불교와, 인간의 모든 것이 특정한 신의 섭리에 달했다고 하여 인간의 능력을 부정하는 기독교 중 어느 쪽이 인본주의 사상에 가깝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불교 쪽이라 봅니다. 』

  『부모님이 저렇게 간곡히 불교로 돌아올 것을 바라시는데 일부러 부모의 뜻을 어기어 그들의 마음을 어둡게 해드리는 일이 가족적인 분위기를 살리는데 유해하다고 생각지는 않는가?』

  『그 점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요즘 기독교가 들어와서 공헌한 바도 많지만 기독교적 가치관에 의해 민족의 정통성까지 부인하는 이도 있고, 심지어는 남북이 대치한 상태에 있는데도 그와는 관계없이 각종 활동을 통해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현상은 분명 정신적 식민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가?』

  『그 점고 부인하지는 못 하겠습니다』

  『그런데도 자네가 굳이 기독교를 버리지 못하겠다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겠는데 그것이 무엇인가? 혹 여자관계가 아닌가?』

   이때 약간 쑥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면서 이렇게 뇌였습니다.

  『사실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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