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정신위생] 상사병(相思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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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정신위생] 상사병(相思病)
  • 이동식
  • 승인 2007.1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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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정신위생

  나는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서 사람이 상사병으로 밥도 못먹고 피골이 상접해 말라 죽는다는 애기를 들었었는데, 그 이야기가 믿어지지 않아 만들어낸 얘기가 아닌가 하고 의심을 했었다. 커서 의학을 배울 때에도 어느 책에서도 상사병 애기를 보질 못했고, 정신의학을 공부하면서부터는 사람이 적개심을 풀지 못하고 적개심이 자기를 향하거나 사랑의 대상을 상실해 우울증이 된다는 것만 배웠을 뿐이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상사병이라는 말 그대로의 실감은 나지 않았다. 우울증이라는 말로서는 상사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다.

  몇 해 전의 일이다. 환갑이 가까워진, 골격과 풍채가 좋은 어떤 남자가 모의사의 소개로 내게 온 적이 있다. 그는 밥을 못 먹고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야위어서 이러다가는 얼마 살지 못 할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과거 일년 이상 세 군데 대학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았는데도 병이 없다고만 할 뿐이어서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모대학병원의 정신과 과장, 신경과 과장에게 진찰을 받았는데도 병이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단골로 다니는 내과의사가 내게 한번 진찰을 받아 보라고 해서 왔노라고 했다. 여태까지 내과, 신경과, 정신과를 다 돌아다녀도 성과가 없어서 그런지 기대를 별로 갖고 있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병난 경위를 물어보니, 일 년 몇 개월 전에 자다가 상반신이 마비가 되어 밥도 잘 못 먹게 되고 몸이 쇠약해졌다는 것이다. 몇몇 대학병원의 내과에 입원을 해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으나 병이 없다고 하며 치료도 되지 않고, 치료할 병이 없으니 그저 죽기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신경과, 정신과에서도 역시 이상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이렇게 한 이십 분 얘기를 들어도 병의 원인이 드러나지를 않았다.

  [당신의 병은 마음에서 생긴 병 같은데, 마음을 다 드러내지 않으면 원인을 찾아낼 수가 없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에게도 말할 수 없는 얘기라도 모조리 내게 이야기해 달라. 숨기고 있으면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하니 그는 약간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유부녀가 남편 몰래 외도한 얘기도 정신과 의사에게는 모두 얘기를 해야만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하니 환자는 약간 더 유심히 나를 보았다. 환자가 병의 원인을 남에게 말을 못하는,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을 할 수 없는 일이 원인이 된다고 하니, 또 나를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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