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그늘
아침 나절에 잠깐 볼일 때문에 들르신 내 유치원적 선생님의 노안에는 초조함과 분함의 기색이 역력했다. 곧 시골에 있는 친정집으로 내려가시게 되시어 차 한 잔 드실 짬도 없으시다고 히신다. 중동에 가 있는 친정 조카의 젊은 아내가 어린 자식까지 팽개쳐 놓은 채 집을 팔고 저금통장을 들고 어디론가 줄행랑을 놓았다는 것이다. 조카가 만리타향에서 오직 살아보자는 일념으로 어떻게 벌어놓은 것들인데, 하시며 그분은 볼 일만 대충 보시고는 황망히 고속버스터미널을 향해 가셨다.
뒤미쳐 얼마 전에 딸을 출가시킨 친구에게 볼 일이 있어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도대체 딸이란 낳을 것이 아니라고 댓바람에 푸념부터 늘어 놓는다. 애지중지 키워놓으니 난짝 남의 집에서 채어가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 치자, 시댁이라는 집에서는 사사건건 새로 맞아간 며느리에게 남편 알기를 하늘같이 하라며 딸에게는 전적인 희생과 봉사만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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